제19장
신지수는 아무 일도 모르는 척,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과 뒤따르는 발걸음들을 무시한 채 안심 한의원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와 다름없이 약을 달이는 일은 단순하고 익숙한 과정이었다. 신지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곳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녀의 진짜 목적은 한의원에서 버려지는 약재 중 쓸 만한 것들을 모아 자신만의 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날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그녀가 작은 화로에 불을 올린 순간, 노현호가 다가와 손짓하며 말했다.
“지수야, 이리 와. 할아버지랑 함께 왕진 가자.”
‘할아버지’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주위에서 약을 달이던 일꾼들과 노현호 뒤에 있던 직원들이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여기저기서 낮은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저 아이가 노 선생님의 외손녀였구나. 신씨 가문에 이제 막 돌아온 진짜 아가씨라는 거네?”
“노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정말 인연이네요! 지수 씨가 우리 의원에서 일한 날이 고작 2주 남은 줄 알았는데, 노 선생님의 외손녀라니! 전혀 몰랐습니다!”
신지수는 차분히 노현호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래.”
언제나 날카롭던 노현호의 눈빛이 한순간 부드러워졌다.
모두가 알다시피, 노현호는 이미 최상의 경지에 오른 명의로, 사람들 사이에서는 ‘국의 대가’라고 불리며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오랜 고민은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한때 가장 기대했던 막내딸, 노수정에게 의술을 전수하려 했지만, 노수정은 의술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억지로 배우게 하려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고 말았다.
두 아들 또한 재능이 없어 그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비로소 의술에 입문한 신지수가 나타나자, 노현호가 외손녀를 후계자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확연히 드러났다.
신지수는 그 의도를 눈치챘지만,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노현호가 그녀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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