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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장

강인하가 피식 웃었다. “돈 없어요.” “돈도 없으면서 그렇게 빨리 타요? 그러다 죽으면 어쩌려고요?” “허. 값도 없는 목숨 누가 신경이나 쓴다고.” 강인하의 눈빛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에 임하나는 순간 멈칫했다. “그래요! 당신도 자기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데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요.” 잠깐 멈칫하던 강인하의 말투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진작 안으라고 할 때는 싫다더니 제일 위험할 때 안더군요.” “오해하지 말아요. 인하 씨를 안을 때 돼지라 생각하고 안았어요.” “풉!” 강인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햇살에 비친 그의 모습은 발랄한 소년 그 자체였다. “어려서 그런가 말하는 게 참 재미있어요.” 임하나는 어이가 없었다. ‘둘이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뭐가 어리다고 그러지?’ “버스 왔어요.” 강인하는 턱을 들고 말했다. “조심해요.” 임하나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인 후 버스에 탔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니 강인하는 이미 뒤돌아 가버렸다. ... 육현우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지영이 이옥자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대표님, 오셨어요?” 이지영은 컵을 내려놓고 눈치 있게 옆으로 피했다. “할머니, 좀 괜찮으세요?” 육현우는 이옥자를 보며 물었다. “이젠 괜찮아.” 이옥자는 그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지영이가 고생이 많았어. 밤새 눈도 못 붙이고 날 보살폈어.” 이 일을 계기로 이지영에 대한 이옥자의 태도가 많이 좋아졌고 말투도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육현우가 이지영을 쳐다보았다. 두 눈에 핏기가 있었고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게 밤새 꽤 고생한 듯했다. “고생했어요, 지영 씨.” 육현우가 미안한 말투로 말하자 이지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다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요, 뭐. 어젯밤에 대표님한테 여러 번 전화했었는데 계속 통화가 안 되더라고요...” “네, 회사에 있었어요. 깜빡하고 휴대 전화 충전을 못 했거든요.” 육현우는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았다. “그런 거였군요.” 이지영은 시선을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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