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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장

“안 돼요.” 임하나가 멈칫하더니 얼른 타협했다. 전화로 말하는 것도 얼굴이 빨개질 정도인데 얼굴 보고 얘기하면 더 난리 날 것 같았다. “그래요. 말하면 되잖아요.” 임하나는 그가 다시 차를 돌리기라도 할까 봐 무서웠다. “그래요.” 육현우도 더는 임하나를 놀리지 않았다. “말해봐요. 이번에는 잘 들을게요.” 수화기 너머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졌다. 임하나가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는 할 일 없이 놀고 있는 손으로 치약 통을 쥐어짰다. 치약을 아래서 위로 짰다가 다시 위에서 아래로 짜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보고 싶다고요. 현우 씨.” “나도요.” 육현우는 지금 너무 행복했다. ... 임하나는 화장실에서 족히 40분은 있다가 나왔다. 나올 때까지도 빨개진 얼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아직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임하나는 아침을 들고 의자에 앉아 먹었다. 임하은은 임하나의 얼굴을 한참 동안 요리조리 살폈다. 그 눈빛에 임하나는 점점 부자연스러워져서야 임하은이 입을 열었다. “육현우 씨가 너 괴롭힌 거 아니지?” 임하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현우 씨 잘해줘.” 임하나의 말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입꼬리도 주체하지 못하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제 같이 잔 거야?” 임하은이 또 물었다. “응.” “했어?” “...” 임하나는 귀까지 빨개졌다. 타조처럼 모래에 머리라도 틀어박고 싶었다. “아니. 언니 여기 병원이야...” 육현우가 아무리 굶주렸다 해도 때와 장소를 가릴 줄은 알았다. “너 임신 중인데 조심해야 된다는 거 육현우 씨도 알지?” 임하은이 걱정스레 물었다. “알아.” 임하나는 언니가 육현우를 오해라도 할까 봐 얼른 설명했다. 하지만 육현우도 알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임하나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배를 다치지 않게 유난히 신경 썼다. 아직 배가 불러올 단계는 정도는 아니었고 평평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조심했다. 임하은이 동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 지금 바보처럼 헤벌쭉 웃고 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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