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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장

“언니...” “네 말이 맞았어. 진우석이 나한테 처음 손을 댄 그 순간부터 우린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거야.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이상 아이를 낳을 순 없어.” 배를 만지작거리는 임하은의 눈이 슬프게 빛났다. 얼마나 원했던 아이인가? 그동안 임하은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동생인 임하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구역질을 하면서도 쓰디쓴 한약을 삼키고 또 삼키던 언니였는데 이제야 찾아온 축복을 지울 수밖에 없는 그 심정이 어떠할지 임하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언니, 언니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난 언니 편이야.” 같은 시각, 육현우와 한승호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임하나 씨인 것 같은데요?” “...” 말없이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는 모습에 한승호는 한 마디 덧붙였다. “인사라도 걸어볼까요?” “됐어.” 짧게 대답한 육현우가 돌아섰다. 어차피 함께할 수 없다면 선이라도 지키는 게 그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임하나 씨 사직서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메일로 사직서를 받은 한승호는 바로 이 사실을 육현우에게 보고했었다. 말은 안 해도 임하나에 대한 육현우의 감정이 그저 부하직원과 상사 사이의 감정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으므로 함부로 결정을 내릴 수 없어서였다. “... 수리해.” 한참을 침묵하던 육현우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임하은 씨 사건 알아서 처리해.” “네.” ... 다음 날 점심, 진우석은 사골을 들고 병실을 찾았다. 입가까지 다가온 숟가락을 외면하던 임하은이 말했다. “하나야, 너 잠깐 나가 있어. 이 사람한테 따로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응.” 병실을 나선 임하나는 귀를 쫑긋 세워 안쪽의 상황을 엿듣기 시작했다. ‘한 번만 더 우리 언니 몸에 손대봐. 제대로 콩밥 먹게 해줄 테니까.’ 같은 시각, 병실. 김이 나는 사골국 한 숟가락을 퍼 후후 분 진우석이 다시 숟가락을 임하은에게 건넸다. “간이 아주 딱 맞아. 한 입만 먹어봐.” “입맛 없어.” “그래? 그럼 여기 둘 테니까 배고프면 꼭 먹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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