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장
물론 이번 일로 인해 임하은은 더 이상 육현우의 집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고 그 때문에 한동안 진우석의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임하은을 가장 괴롭히는 건 바로 자신이 만든 음식이 사람을 해쳤다는 죄책감이었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정신을 반쯤 빼놓고 살다 보니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하기까지 했다.
차 문이 열리고 넘어진 임하은의 시야에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남성용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뭐 전문 사기꾼 그런 건 아니죠?”
욕설이 쏟아지길 기다리던 임하은은 어딘가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에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남자는 쓰레기를 줍고 있는 임하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렇게 이쁜 손으로 쓰레기나 만지고 있으면 안 되죠.”
큰 손에서 느껴지는 힘에 임하은의 몸이 움찔거렸다.
“당신은...”
‘그 무서운 남자잖아.’
“내 이름은 여강석입니다. 기억해 둬요.”
“네?”
갑작스러운 자기소개에 당황한 것도 잠시, 저번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니 여전히 가슴이 쿵쾅거려 임하은은 재빨리 손을 빼버렸다.
“제가 그쪽을 속인 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절 지키기 위해서였어요. 아직도 그 일로 앙심을 품고 계시는 건 아니겠죠?”
‘왜 자꾸 마주치는 거지? 날 미행하는 건가? 협박이라도 하려고?’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여요?”
“솔직히 좋은 사람처럼 보이진 않아요.”
임하은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도 있잖아... 웬만한 애들은 눈빛 한 번으로 울리게 생겨놓곤...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그녀의 대답에 여강석은 미간을 찌푸리고 가뜩이나 험악한 얼굴이 더 무섭게 변했다.
“솔직하네요.”
손을 빼내려는 임하은의 손목을 더 꽉 잡은 그가 그녀를 부축했다.
‘위험해...’
본능적인 두려움에 어떻게든 도망가려던 그때, 남자는 다시 허리를 숙였다.
말없이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임하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작은 배려였지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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