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입덧
두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염지훈의 검고도 깊은 눈동자에서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없었다. 다만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내가 알지 못할 감정이 서린 것만 알 수 있었다.
"대표님, 사모님,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빨리 가보세요!"
주정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정한의 목소리를 들은 염지훈이 내 손을 놓아주었으나, 답을 주지는 않았다. 그가 알았다는 뜻으로 주정한을 한 번 돌아보았다.
주정한은 이 모습에 눈치 있게 자리를 떴다.
넓은 정원에 우리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어색할 정도로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그의 대답을 들을 수 없게 된 나는 이렇게 그와 대치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일찍이 송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때 염지훈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그 모습에 인내심이 바닥난 내가 눈살을 찌푸린 채 성질을 참으면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염지훈, 네가 아직 배고프지 않아 밥 먹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날 붙잡지는 말아 줄래? 난 배고프니까. 이만 밥 먹으러 가야 하니 이 손 놔줘!"
그가 얼굴을 살짝 굳히며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뜬금없이 말했다.
"너는?"
나는 어리둥절해서 조금 멍해졌지만, 곧바로 그 말을 이해했다.
‘나?’
‘널 사랑하냐고?’
‘그 답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게다가 내가 말한다고 해서 뭘 어쩔 건데? 송여월은 네게 대체할 수 없는 존재잖아. 내가 대답한다면, 그저 스스로 망신을 자초할 뿐이야.’
나는 입술을 앙다문 채 그의 손을 떼어내고는 말했다.
"됐어. 좀 전엔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을 뿐이야. 우린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 우린 단지 상업적 목적으로 결혼했을 뿐이야. 걱정하지 마. 앞으로는 네게 이런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않을게. 배고파 죽겠으니 밥 먹으러 가자."
말을 마친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식당 쪽으로 급히 걸음을 옮겼다.
어쩐지 마음이 허전했다.
‘사람은 역시 제 주제를 잘 알아야 해. 그래야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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