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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백만 원?! 뭐가 이렇게 많아? 토마토는 500g에 60원밖에 안 해. 팔면 160원이고. 배추도 500g에 고작 30원 정도야.” 하선아는 채솟값이 저렴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도 저렴할 줄은 몰랐다. 하정욱은 딸이 농사일을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그들의 수입은 고작 20만 원 정도고 많이 팔자 봤자 50만 원이 맥시멈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달에 한번씩 수확하는 것이 아니고 토마토 같은 건 2, 3개월은 기다려야만 했다. “3개월 동안 토마토를 제외하고 또 다른 건 어떤 걸 심었어요?” “수박도 심었지. 그런데 그건 1개월은 더 있어야 수확할 수 있어.” 하선아네 집은 거의 다 제철 과일과 채소를 심기에 비싸게 팔 수가 없었다. 만약 비닐하우스가 있으면 제철이 아닌 과일도 재배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비싸게 팔 수 있을 테지만 그것 또한 돈이기에 비닐하우스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하선아는 배춧값이 제일 저렴하고 재배 기간도 1개월 남짓으로 제일 적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토마토를 수확하고 나면 이번에는 배추를 심어요.” “배추? 안 돼. 지금 심으면 20원도 못 받아. 11월쯤이나 돼야 그래도 제값에 받을 수 있어.” “아빠, 고객이 배추를 원해요. 절대 손해 볼 일 없으니까 배추 심는 거로 해요.” 하선아의 단호한 눈빛에 하정욱은 이마를 주무르며 그녀를 설득했다. “딸, 배추는 정말 안돼. 지금 심으면...” 그때 문자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40만 원?!” 하정욱은 딸이 송금한 돈을 보고는 손을 덜덜 떨었다. 100만 원을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하선아는 또다시 40만 원을 더 송금했다. 140만 원이면 거의 반년 수입에 맞먹었다. “아빠, 배추 심어주세요.” “그, 그래. 알겠다. 지금 당장 배추 씨앗 사러 갈게!” 하정욱은 계좌에 정확히 찍힌 금액에 서둘러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는 배추 씨앗을 사들인 후 남은 돈은 전부 양윤경에게 주었다. “갑자기 이 돈은 다 뭐야? 당신 설마 몰래 비상금 숨겨뒀어?” 양윤경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비상금은 무슨. 이거 우리 딸이 토마토 판 돈으로 나한테 준 거야. 그리고 다음 달에 수확할 배춧값도 미리 줬고. 고객이 배추를 원한다고 해서 방금 배추 씨앗을 사서 오는 길이야.” 하정욱이 기분 좋은 듯 웃으며 말했다. 한꺼번에 140만 원이라는 돈을 손에 넣으니 지금까지 농사를 지었던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정욱은 수확 철이면 이것들을 다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늘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이른 아침 시내로 나가 종일 있어야 겨우 팔 수 있을까 말까였으니까. 그간 그와 양윤경은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딸 덕에 힘들게 키운 채소와 과일들을 힘들이지 않고도 팔 수 있게 되었다. 하선아는 이 많은 채소와 과일을 고객에게 보낸다는 눈속임이 필요하기에 조만간 시내에 작은 창고 방을 얻어 그쪽으로 채소와 과일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준수는 공간 안에 물건들이 절반 가까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사라진 것들은 그가 넣어둔 액세서리와 책이었고 물과 음식들은 아직 안에 있었다. 그리고 어쩐지 공간 크기가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수정구슬이 쓸모가 있었다는 생각에 두 개를 더 넣었다. “금반지 발견!” 기지로 가는 길, 이정오가 활짝 웃으며 시체의 손에서 금반지를 획득했다. 서준수는 그걸 보며 하선아에게는 금반지가 어디서 났는지 절대 알려주면 안 되겠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트라우마 같은 것이 생기면 안 되니까. 기지까지의 거리가 아주 먼 것은 아니었지만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었기에 그들은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서준수는 공간이 커지면 그때는 타고 다니기 편하게 차량을 넣어두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종말의 시대가 도래한 후 차량은 거의 다 폐기가 되어버렸고 휘발유도 산성비 때문에 이미 변질한 지 오래며 주유소는 장장 2주 정도 화염에 뒤덮였었다. 20분 정도 지난 후 두 사람은 드디어 기지에 도착했다. 기지의 바닥은 무척이나 차고 더러웠고 주변은 발을 둘 곳 없이 어질러져 있었다. 또한 주위에는 제대로 된 보호막 같은 것도 없었다. 이 기지는 생존자들이 살기 위해 군사용 기지를 개조한 것이었다. “형님들, 드디어 오셨네요!” 행색이 남루한 남자가 헐레벌떡 다가와 두 사람을 반겼다. “형님, 기지 안에 아이들이 지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요. 해열제 같은 거 혹시 있으십니까?” 남자의 남동생도 지금 열이 펄펄 끓고 있었다. “제 동생이...” 남자의 눈은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랐다. “해열제 있어!” 약국의 멀쩡한 약들은 다른 누군가가 다 가져가고 없었고 남아 있는 것들은 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이었다. 서준수는 공간에서 해열제를 꺼내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아이들한테 얼른 줘. 부족하면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대 볼게.” “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준수 형님이 약을 구해주셨어요!” 남자가 잔뜩 흥분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이정오도 아이들이 하나같이 고열에 시달린다는 말을 듣고 얼른 그 남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군사용 텐트 안에는 얼굴이 푸석한 한 여성이 앉아 있었는데 그 여성은 다름 아닌 이정오의 아내인 전혜진이었다. 이제 고작 20대밖에 안 됐는데 얼굴만 보면 30대 중후반으로 보였다. 일찍 결혼한 이정오와 달리 서준수는 아직 솔로였다. “아이는? 우리 아이는 괜찮아?” 이정오가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 전혜진의 품속에는 2살이지만 1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아이가 안겨있었다. 제대로 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많이 야위어 있었다. 그들 앞에 검은색 무언가가 들어있는 냄비가 있었는데 그 내용물은 바로 나뭇잎이었다. 나뭇잎에는 미량의 독이 섞여 있어 어른들은 그걸 먹으면 며칠 배앓이를 한 후 금방 괜찮아지지만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먹을 게 없어. 우리 현이, 이틀 내내 아무것도 못 먹었어...” 전혜진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없었고 입술은 싹 갈라져 있었다. “여기 있어!” 이정오가 서준수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서준수가 곧바로 공간 안에서 분유를 꺼냈다. “제수씨, 여기 분유예요. 얼른 아이한테 먹이세요.” 전혜진은 드디어 아이에게 뭔가를 먹일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을 반짝였다. “현아, 아빠 봐. 아빠가 우리 현이 주려고 맛있는 거 가지고 왔어.” 이정오는 깨끗한 물로 분유를 탄 후 전혜진에게 건네주었다. 전혜진은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현이에게 분유를 먹였다. 현이는 눈을 뜰 힘조차 없었지만 입가에 분유가 조금씩 떨어지자 본능적으로 손을 뻗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눈 깜짝할 새에 아이는 분유를 절반이나 먹었다. “너무 한꺼번에 많이 먹이지는 마. 이틀이나 굶어서 위가 놀랄 수도 있으니까.” 이정오가 말했다. “정오야, 여기 컵라면 있으니까 제수씨랑 같이 얼른 먹어.” 먹을 게 너무 없었던 탓에 기지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근처에 난 식물들이 독이 들었다는 걸 알면서도 따다 데쳐 먹었다. 다들 간단한 복통이나 배앓이로 끝나기는 했지만 장기간 다량으로 섭취하게 되면 몸 안에 독소가 쌓여 어느 날 갑자기 죽을 수가 있다. “나는 다른 아이들 좀 보고 올게.” 서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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