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4장

하선아는 공간에 나타난 보석함을 발견했는데 안에 진짜 금이 들어 있었다. 금목걸이, 금팔찌, 금반지까지 더하면 적어도 50g은 될 것 같았다. ‘요즘 금값이 얼마지?’ 이내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했다. 1돈에 50만 원 육박하다니! 게다가 최근에 계속 오르는 추세였다. 그녀는 너무 느려서 작동도 제대로 안 되는 고물 폰을 진작에 바꾸고 싶었다. 그동안 집에서 뒷바라지한 덕분에 대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등록금도 만만치 않았다. 부모님은 농부인지라 한 푼 한 푼이 힘들게 번 돈이었다. 나중에 졸업하고 나서 매일 12시간씩 일하고 심지어 주말도 쉬지 못했지만 월세랑 생활비를 제외하면 돈이 남는 게 없었다. 결국 압박에 못 이겨 정리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당시 흐느끼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사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양윤경은 들뜬 목소리로 흔쾌히 대답했다. “여긴 네 집이니까 언제든지 돌아와도 돼.” 하선아는 손에 있는 금붙이를 내려다보았다. 무게가 꽤 나가서 50g은 족히 되어 보였다. 곧이어 잠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부모님은 아직 밭에서 일하고 계셨기에 할머니만 집에 있었다. 허리가 구부정한 이현숙은 스쿠터를 타고 부랴부랴 멀어져가는 하선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길거리에 서 있는데 할머니 몇 명이 잇달아 다가왔다. “손녀가 큰 도시에서 출근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집에 왜 돌아왔대요?” “혹시 남자를 소개받을 생각 없어요? 읍내에서 출근하고 4대 보험도 있거든요. 생김새도 멀쩡하고 집도 본인 명의라고 해요.” 빨간 꽃무늬 옷을 입은 또 다른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하씨 가문에는 딸이 하나뿐이라 시집가는 순간 대가 끊기게 된다. 게다가 땅 부자에 밭도 수두룩했다. 다만 남자 구성원이 없다는 이유로 동네에서 늘 비웃음을 받는 신세였다. “힘들게 대학교에 보냈더니 글쎄 직장에서 6개월도 못 채우고 집에 돌아왔어요.” 이현숙은 하선아만 떠올리면 화가 났다. “남자도 아니고 계집애 혼자서 대도시에 살아남기 어디 쉬운 줄 알아요? 아마도 버티기 힘들었나 보죠. 일찍 결혼해서 살림을 차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옆에 있던 할머니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현숙은 곰곰이 생각했다. 설령 하선아를 시집 보낸다고 한들 땅은 절대 사수할 것이며, 손자에게 물려주더라도 남의 좋은 노릇은 할 수 없다. “이따가 돌아오면 맞선 한번 보라고 얘기할게요.” “동네에 비슷한 또래의 여자는 벌써 가정을 이루고도 남았는데 꾸물거리다가 적령기를 놓칠 수도 있어요.” 사실 하선아가 돌아오길 꺼린 이유도 마을 어르신의 오지랖 때문이지만 부모님의 지지가 결심을 내리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동네 사람의 조롱에도 엄마 아빠는 어려서부터 그녀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하선아는 스쿠터를 타고 40분 가까이 달려서야 읍내에 도착했고 곧장 제일 큰 금은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석함에 든 금붙이를 전부 팔았다. “금 함량으로 계산해야 되니 판매가보다 훨씬 낮을 거예요.” 매장 직원이 말했다. “그나저나 디자인도 꽤 독특한데 왜 팔려고 해요?” 다른 시공간의 물건이라 디자인이 흔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때, 머릿속으로 문득 인터넷에서 판매하면 더 비싸게 받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은 돈이 급해서 일단 팔고 물건부터 구입해야만 했다. 현재로서 컴퓨터를 장만하고 휴대폰을 바꾸는 게 시급했다. “주머니 사정이 딱해서요. 대도시에서 비싼 가격에 주고 샀어요.” 하선아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여직원은 계산기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 “금 시세가 47만 원인데 전국 어디나 똑같아요. 매입가는 40만 원이고 디자인이 워낙 예뻐서 43만 원에 해줄게요.” 매입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건 그녀도 알고 있다. “알겠어요.” 하선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음식을 사서 공간에 넣어두면 남자가 또 금을 찾아서 보낼 것이다. 여직원은 계산기를 보여주며 말했다. “총 55g이고, 1돈에 43만 원이면 630만 원 정도가 되네요. 현금 또는 카카오페이도 가능해요.” “카카오페이로 주세요.” 카카오페이에 넣어두면 이자도 받을 수 있다. [630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잔고에 찍힌 금액을 보자 하선아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동안 기껏해야 십만 단위였다면 지금은 백만을 훌쩍 넘었다. 갑자기 불어난 돈 때문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본분을 잊지 않고 다른 시공간에 있는 서준수를 위해 물품을 구매하러 얼른 출발했다. 이내 마트로 가서 라면, 전기포트, 건빵, 생수, 그리고 약국에서 비상약도 샀다. 그녀는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방금 산 물건을 공간에 몽땅 집어넣었다. 이제 잔액은 3분의 2만 남았다. 곧이어 읍내에서 가장 큰 전자상가로 달려가 휴대폰 세 개를 구입했다. 자신과 부모님이 사용할 스마트폰을 각 한 대씩 샀다. 그동안 구형 휴대폰을 사용해서 신호가 약했고, 이참에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꿔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드릴 옷과 신발을 샀고, 평소에 그림 작업할 컴퓨터도 구입했다. 다행히 집까지 배달해준다고 했고, 어차피 스쿠터를 끌고 와서 짐을 실을 수도 없었다. 쇼핑을 마치고 나서 어느덧 오후 1시가 되었고, 읍내에 나왔던 김에 쌀국수도 먹고 치킨까지 시켰다. 띠링- 이때, 휴대폰이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하니 양윤경한테서 연락이 왔다. “선아야, 어디야? 밥 먹으러 안 와? 수육 만들었어.” 양윤경이 말했다. “지금 읍내에 나왔어요. 금방 돌아갈게요.” 전화를 끊고 오늘 산 물건들을 보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역시 돈 걱정이 없으니 기분이 홀가분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오후 3시가 넘었다. 동네 할머니들은 이 시간이면 한곳에 모여 시시콜콜 사담을 나누기 좋아했다. “이현숙네 손녀딸 아니에요? 뭘 저렇게 바리바리 사 들고 왔대요?” “돈을 아주 흥청망청 쓰네요. 이렇게 헤픈 여자를 대체 어느 집에서 감당하겠어요?” “대도시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역시 다른가 봐요.” 할머니들이 한창 숙덕거리고 있을 때 승용차를 몰고 나타난 옆 동네 손정호의 딸을 발견하고 다시 수다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 여자가 손정호의 딸이에요? 언제 승용차를 뽑았대요?” “도시로 시집가서 식당을 차렸다던데 수입이 꽤 짭짤하다고 해요.” 하선아는 스쿠터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중간에 배터리가 떨어져서 점심에 읍내에서 급속 충전까지 했다. 나중에 돈이 생기면 차를 사고 싶었지만 우선 운전면허부터 따야 했다. 그리고 부모님도 면허 시험을 보게 할 생각이었다. 이내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 들고 마당에 들어섰다. 양윤경은 닭 모이를 주고 있었고, 하정욱은 나무를 톱질했다. “선아야, 왜 이리 늦었어? 주방에 점심밥 남겨두었어.” 하선아를 발견한 양윤경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보고 서둘러 다가가서 건네받았다. “어디 갔다 오는 길인데 물건을 이렇게 많이 샀어?”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