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0화
하지만 그녀가 말 못 한 사실이 있다. 바로 밤마다 대선배가 그녀의 방에 드나든다는 것을.
자신의 명예가 손상되는 건 상관없지만 대선배님에게까지 누를 끼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말 못 하겠지? 하긴 증거가 확실한데 변명할 것도 없겠네. 네 이년, 외간 남자와 간통하는 것도 모라자 악마와 결탁하여 약신곡을 해하려 들다니. 약신곡이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넌 조상님들과 사부님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도 있어야 해.”
“할아버지, 더 이상 지체하시면 안 됩니다. 얼른 영원포로 저들을 죽이세요!”
약신곡의 대장로이자 손기람의 할아버지인 손대동도 현장에 나와 있었다.
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영원포를 가져오너라!”
임건우는 영원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 탓에 손대동을 막지 않고 이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때, 큰 키에 아우라가 넘치는 사람이 약신곡에서 뛰쳐나왔다.
“전 소희가 외부 세력과 결탁하고 동문을 죽이지 않았다고 믿어요. 필시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바로 약신곡의 대제자이자 공손소희의 대선배이다. 소희는 멀리서 자신을 위해 나서는 대선배를 보자 눈시울을 붉히더니 이내 눈물을 흘렸다.
“선배님, 전 억울해요. 기람선배가 절 오해하시는데, 전...”
이월은 참지 못해 그들의 대화를 가로챘다.
“뭐가 억울하고 무서운데! 고작 네 대선배를 꾀는 일이잖아? 꼬셨다고 쳐, 그것도 능력껏 아냐?”
그리고 임건우를 힐끗 보며 다시 이어 말했다.
“보아하니 이미 임자 있으신 것 같은데 넌 그만 마음 접어야겠어.”
순간 어이가 없어진 임건우다.
“난 공손 아가씨와는 동료 사이일 뿐이거든? 그리고 난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야, 알겠어?”
“와이프도 있는 놈이 바람을 펴?”
“...”
“말 안 한다는 건 인정한다는 뜻이겠지. 남자들은 다 똑같이 위선적이야!”
“너 남자한테 버림받은 적 있어? 왜 극단적으로 생각해?”
퍽-
이월은 임건우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
“말 함부로 하지 마! 다시 한번만 더 그래면 죽여버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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