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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가까이 지낸다고요? 전 한 번도 그들의 가식적인 친근함 따윈 원한 적 없어요. 대표님 눈이 아직 제대로 낫지 않으셨다면 병원 다시 가보시죠.” 권해솔은 더 이상 변명할 생각조차 없었다. 어차피 공로를 가로챘을 뿐이니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말 똑바로 해. 그런 근거 없는 헛소리를 하다니?” “강 대표님 밑의 사람들도 별로군요!” 조금 전 차주은이 강재하에게 면박을 당한 터라 바로 반격하려 했지만 강재하가 곧바로 대답했다. “누가 증거 없다고 했죠?” 그 말에 권해솔도 잠시 멍해졌다. 자신도 모르는 무슨 증거가 있다는 말인가? 그때, 낯익은 인물이 사람들 사이에서 앞으로 나섰다. 권해솔은 기억을 더듬다가 며칠 전 농구공을 들고 자신 곁을 지나친 그 남학생이라는 걸 떠올렸다. “수민아, 네가 여기 웬일이야?” 차주은의 호칭을 보면 이 남학생은 그녀의 아들인 듯했다. “강 대표님께서 부르셨어요. 그날 사무실에서 나올 때, 제가 본 사람은 이 누나였어요.” 차수민은 권해솔을 가리켰지만 그녀가 아닌 권설아가 급히 앞으로 나섰다. “권해솔 누나라고요. 당신이 아니라.” 그러자 차수민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이런 얼굴 두꺼운 사람은 처음 본 듯했다. “당신이 해솔 누나를 싫어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거짓말까지 하면 안 되죠!” 이런 상황은 차주은에게 익숙했다. 차수민은 늘 거짓말을 했고 그래서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거짓말 안 했어! 엄만 날 한 번도 믿은 적 없잖아.” 대학생이 된 차수민은 사람들 앞에서 친어머니에게 거짓말쟁이 취급당하자 참기 어려워 결국 실험실을 뛰쳐나가고 말았다. “따라가서 좀 달래보시죠. 저 나이엔 마음이 약하니까요.” 권해솔은 차수민의 감정에 공감하듯 조용히 조언했다. “닥쳐! 다 너 때문이잖아! 네가 아니었으면 얘가 여기 올 이유도 없었어!” 권해솔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차주은은 그 화를 그녀에게 고스란히 퍼부었다. 그때, 양관준이 조용히 사람들 틈에서 나섰다. “해솔 누나, 이건 다 제 잘못이에요.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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