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강중 터미널.
짙은 색 외투에 선글라스를 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걸으면서 전화를 걸었다.
"조사는 어떻게 되었나?"
"용수님, 10년 전에 당신을 불길 속에서 구해낸 여자가 김초현이라고 합니다, 김초현은 당신을 불속에서 끌어낸 후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전신의 95% 정도가 화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
이 말에 남자는 핸드폰을 움켜쥔 채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더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사방의 기온이 뚝 떨어져 한기가 몰아쳤다.
그 남자 옆을 지나는 사람들도 한기를 참지 못하고 몸서리를 쳤다.
그의 이름은 강서준이고 그는 강한 그룹의 사람이었다.
10년 전, 강한 그룹을 둘러싼 음모가 강중에서 벌어졌고, 큰 화재가 강한 일가를 덮쳤다.
그때 한 소녀가 필사적으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그를 불속에서 끌어냈다.
이튿날, 강한의 38명의 가족들은 모두 화재로 목숨을 잃었고, 강중에서 가장 잘나가던 강한그룹은 그렇게 모두의 기억 속에만 남겨졌다.
하지만 강서준은 극적으로 구출되었고,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한강에 뛰어들어들었지만 이번에도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는 거리를 떠돌다 결국 군인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는 일병에서 시작해 사령관까지 올랐다.
혼자 적군 삼만을 대적하겠다고 나섰고, 혼자 적군 내부에 침입해 적군의 사령관을 생포하기도 했다.
그는 시대를 뒤흔드는 용수이다.
그는 상대가 이름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흑룡이다.
또한 그는 창군 이래 최초의 최연소 사령관이다.
얼마 뒤 그는 은퇴를 선언하고 강중으로 돌아왔다, 은혜를 갚기 위해, 복수를 하기 위해.
생명의 은인인 김초현에게 은혜를 갚고,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
"김초현의 모든 자료를 보내줘."
"용수님, 해당 파일은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강서준은 전화를 끊고 이메일을 열어보았다.
김초현, 여자, 27살, SA 그룹의 사람이다.
SA 그룹은 강중에서 이류 가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10년 전, 김초현 그녀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그녀는 몇몇 친구들과 교외로 소풍을 떠났다.
저녁 무렵, 별장에서 불이 피어났고, 안에서는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무작정 불속으로 뛰어들어 한 소년을 구했다.
그 소년이 강서준이다.
그 화재사고는 김초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온몸에 화상을 입었고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화상으로 인해 전신의 95%에 달하는 정도가 흉터로 남아있었다.
그 이후부터, 그는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었고, 모든 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됐다.
"그때 김초현이 나를 구원해 줬듯이, 앞으로는 나 강서준이 당신에게 보답을 해줄게.”
"QA, GB, SW, ZA 그룹, 나 강서준이 다시 여기로 돌아왔어, 당신들에게 빼앗겼던 것들을 하나씩 되찾을 거야, 당신들의 피로 강한의 38명을 위로해 줄 거야."
강서준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발걸음을 옮겨 번호판 없는 차에 올랐다.
운전석에는 검은색 조끼에 검은색 비니를 쓴 남자가 운전하고 있었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용수님, SA 그룹의 김초현씨의 정혼자를 찾기 위한 행사가 3일 후에 열린다고 합니다. SA 그룹의 어르신께서 전하시길 김초현을 아내로 맞이하기만 한다면 SA 그룹이 든든한 뒷배가 되어준다고 합니다.”
강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사위를 찾는다고? 왜?"
"용수님, SA 그룹도 어느 정도 잘나가는 그룹이라지만, 김초현은 여기의 제일 못난 추녀이고, 아무도 그녀를 데려가지 않으니 집안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어르신 당신도 조급해서 고안해낸 방법이라고 합니다. 비록 김초현씨가 흉측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뒤에는 SA 그룹이 있으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가문의 사위가 되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SA 그룹의 별장.
오늘 그룹의 중요한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오늘은 김천룡의 손녀 김초현의 사위를 뽑는 날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10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별장 로비에는 열 명의 남자가 서 있는데, 나이대는 다양했고 비주얼도 다양했다.
이 10명은 모두 배경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강서준도 그 안에 있었다.
김초현이 없었더라면, 그는 10년 전 화재로 죽었을 것이다.
김초현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강서준도 없었을 것이고, 전설의 흑룡도 없었을 것이다.
로비의 소파에는 온몸을 꽁꽁 싸맨 여성이 앉아 있었는데, 얼굴은 흰 베일을 쓰고 있어 정확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소탈한 옷차림을 하고 용머리가 달린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일어서서 눈앞의 열 사람을 바라보며 "SA 그룹의 사위가 될 사람은 강서준입니다."라고 말했다.
얼굴이 하얀 베일에 싸인 여자는 그 말에 몸이 움찔했다.
앞으로 함께 인생을 살아나가야 할 사람이 드디어 결정된 것인가?
그녀는 알고 있었다, 10년 전 그 사람을 구한 이후로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을.
뽑히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나갔다.
강서준의 곧게 서 있는 모습이 마치 곧게 뻗은 소나무처럼 우직했다.
한 남자가 소파에서 일어나 강서준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어 번 건드리더니 얄밉게 웃어 보였다. "매부, 앞으로 내 동생 잘 대해줘, 쟤가 얼굴은 못생겼지만 그래도 여자이니, 매부를 만족시켜 줄 순 있을 거야.”
강서준에게 말하는 사람은 이 집안의 장손인 김위헌이었다.
강서준은 김위헌을 무시한 채 김초현만 바라보았다.
그는 뚫어지게 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꽁꽁 가려진 탓에 여자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얼굴을 가린 하얀 베일이 젖어 있는 것은 보였다, 그녀가 울고 있었다.
"초현아, 너 혼자 돌아가, 난 카드놀이를 하러 가야겠어." 한 중년의 여성이 그녀를 보지도 않은 채 엉덩이를 흔들며 자리를 떴다.
그녀는 김초현의 어머니 하연미다.
그녀는 자신의 딸에 대해 이미 실망이 극에 달했다.
집안의 다른 여자애들은 모두 좋은 집에 시집갔지만, 그녀의 딸은 길거리에서 아무나 끌고 와서 결혼을 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기에.
"아버지, 저 먼저 회사에 들어갈게요." 김초현의 아빠 김호는 김천용에게 인사하고 급히 나갔다, 그 역시 자신의 딸을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의 시선은 모두 강서준에 머물러 있었다.
키도 크고 몸매도 훌륭한 남자는 정상적인 사람이었고, 뜻밖에도 이 집안의 가장 수치인 김초현과 결혼을 하게 됐다.
정작 강서준은 김초현의 앞까지 걸어가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소파에 앉아 남몰래 눈물을 흘리던 김초현은 자기 앞에 내밀어진 커다란 손을 보며 어리둥절해 했다.
"오늘부터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요, 내가 살아있는 한 나는 당신에게 온 세상을 줄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줄게요."
힘 있고 단호한 목소리가 김초현의 귀에 들려왔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을 비웃던 집안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족의 냉소적인 눈빛은 잊은 채, 눈앞에 있는 키 크고 위엄이 있지만 부드러운 얼굴을 한 이 남자만 보였다.
강서준은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소파에서 끌어올리며 부드럽게 "갑시다"라고 말했다.
강서준은 김초현을 이끌고 별장을 나섰다.
별장 밖에는 번호판 없는 차가 서 있다.
차 앞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서 있었다.
강서준은 넋이 나간 김초현을 끌고 왔다.
그러자 두 남자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용..”
강서준은 살짝 손을 떼고 두 사람의 말을 끊으며 "별채로 가지, 아내의 상처를 치료해야겠다."라고 말했다.
강서준은 싸움을 잘하는 용수이기도 했지만, 뛰어난 의술을 가진 신의이기도 했다.
김초현의 몸에 난 흉터 자국을 치료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