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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5화

김초현은 조용히 앉아 윤정아가 하는 말을 들었다. 윤정아는 강서준과의 관계를 말하면서 질투를 유발했다. “강서준은 내 남자예요. 하지만 초현 씨가 막무가내로 빼앗았어요. 그니까 강서준 씨를 떠나세요. 초현 씨는 기억도 잃어서 서준 씨와 남남이잖아요. 더는 내 남자를 빼앗지 마세요, 네?” 김초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강서준은 윤정아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그녀가 의심스럽게 쳐다봤다. “그게 사실이에요?” “그, 그럼요.” 김초현이 침묵했다. 한참 뒤 테이블 위에 놓은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오해하셨어요. 지금 나와 강서준 씨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그녀는 이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순간에도 의심했다. ‘내가 남의 남자를 빼앗은 거야? 예전에 난 어떤 사람이었지?’ 김초현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3층 베란다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 슈웅! 그때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김초현은 뒷걸음을 치며 경계했다. 흰색 장포를 입고 30살은 되어 보이는 남자는 얼굴은 젊지만 하얀 머리가 많이 자랐다. “다, 당신은 누구예요?” 김초현이 여전히 경계했다. 남자는 백효생이었다. 그는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날 몰라요?” 김초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몰라요.” “그럼 기억을 찾고 싶어요?” 백효생이 다시 물었다. “네.” 김초현은 고민하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차, 찾고 싶어요. 예전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11년 사이에 어떤 일들이 발생했는지 알고 싶어요.”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 그 말에 김초현이 환하게 웃었다. “정말이죠. 하지만 기억을 회복하면 몇 년밖에 살 수 없어요. 길어도 5년, 짧으면 일 년 반 혹은 며칠 뒤에 죽을 수도 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김초현은 실망했다. ‘죽는다고?’ 지금 그녀는 일반인이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백효생이 검붉은 피가 들어 있는 투명한 병을 꺼내더니 김초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걸 갖고 계세요. 각오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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