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카페에서 나온 후
임현도는 마이바흐를 타고 별장으로 향했다.
눈앞에 익숙한 별장을 바라보는 임현도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임현도는 현관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딸,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문수 도련님은 집에 밥 먹으러 온대?"
허유정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진숙은 기쁜 표정으로 허유정을 맞이하러 뛰어나왔다.
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허진숙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가 여길 왜 와?"
허진숙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머님."
임현도는 허진숙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예의상 어머님이라고 불렀다.
"퉤, 누가 네 어머님이야! 다시는 우리 딸한테 매달릴 생각하지 마!"
허진숙은 임현도가 자신과 친해져 허유정한테 매달리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단호하게 말했다.
딸이 어렵사리 이 무능한 남자와 이혼하고 장문수라는 금두꺼비와 엮이게 됐는데, 허진숙은 절대 임현도가 딸을 방해하게 할 수 없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행복할 일만 남았다.
오늘 허진숙이 허유정의 집에 온 것도 장문수와의 관계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임현도는 허진숙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도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허유정 찾아온 거 아니에요. 물건을 놔두고 가서 가지러 온 거라 물건만 갖고 바로 갈 거예요."
"네 물건? 그동안 우리 딸 등쳐 먹었으면서 네 물건이 뭐가 있어?"
허진숙은 임현도를 막으며 경멸스럽게 말했다. "우리 딸 5년 동안 힘들게 한 건 어떻게 배상할 건데?"
"제가 배상을 해요?"
임현도는 못 알아들은 듯 눈을 크게 떴다.
지난 5년 동안, 임현도는 허유정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모든 비용을 자신이 부담했다.
허유정이 창업할 때 필요한 2억도 임현도가 낸 것이었다!
지금 허유정이 외도해서 이혼했는데, 임현도는 보상금을 요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2억도 돌려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이 뭔가 빚진 사람 취급을 받는 상황이라니.
"왜, 당연한 거 아니야?"
허진숙은 하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그 엄마에 그 딸이네요."
임현도는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
이 모녀는 정말로 한 틀에서 깎아 낸 것 같았다!
"너 그 말 무슨 뜻이야!"
임현도가 비웃는 것을 본 허진숙은 벌컥 화를 냈다. "내 딸의 젊음을 배상하라고 하는 거 네 영광인 줄 알아야지! 주제넘지 마!"
"영광이네요. 감사합니다."
임현도는 이를 악물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 딸이 결혼 중에 바람을 피운 거 나 한마디도 안 했어요. 배상을 바라다니 양심 말아 드셨어요?"
"우리 딸이 바람을 피웠다고? 네가 못나서 그런 거겠지. 문수 도련님처럼 잘났더라면, 그런 일도 없었어!"
허진숙은 당연한 듯이 말했다.
"하하, 그러게요. 다 제 잘못이죠. 당신 가족 허유정이 창업할 당시에 내가 2억 내줬을 때는 이런 반응이 아니었잖아요."
임현도의 입가의 비웃음이 더욱 짙어지며 말했다.
"겨우 2억 갖고. 우리 딸이랑 결혼했으면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야? 그리고 우리 딸이 성공한 건 오로지 자기 노력으로 된 거야! 오늘 너 이 집에서 아무것도 가져갈 생각하지 마. 싹 다 우리 유정이가 번 돈이니까!"
허진숙은 얼굴이 붉어지지도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하."
임현도는 차갑게 웃으며 더 이상 이 여자와 말씨름하기 싫어 별장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 집 우리 유정이가 산 집이야. 내가 너 들어오라고 허락했어?"
허진숙은 임현도를 가로막으며 손목에 찬 에메랄드 팔찌를 드러냈다.
임현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팔찌는 임현도의 엄마가 생전에 자신에게 남긴 유일한 유산이었다.
임현도 엄마의 소원은 임현도가 결혼하는 날 그 팔찌를 사랑하는 여자에게 직접 채워 주는 것이었다.
이제 임현도는 허유정과 이혼했다.
팔찌는 이제 가져가야 했다.
임현도는 허진숙의 손목에 있는 팔찌를 계속해서 응시했다.
허진숙은 이상한 느낌을 받고 손을 내리며 말했다. "뭘 봐!"
"우리 엄마가 남긴 팔찌 보고 있어요."
임현도는 차가운 얼굴로 허진숙을 바라봤다.
"무슨 네 엄마 팔찌야! 네가 우리 딸한테 줬으니 이제 내 거야!"
허진숙이 뻔뻔하게 말했다.
이 팔찌는 당시 허유정이 촌스럽고 저렴하다고 생각해서 친구들에게 비웃음을 살까 봐 허진숙에게 준 것이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착용했다.
그러나 허진숙은 팔찌를 차고 난 후 신비함을 느꼈다!
허진숙은 어릴 때부터 체질이 약했다.
하지만, 이 팔찌를 차고 나서 잔병치레한 적도 없었다!
허진숙은 절대 이 팔찌를 임현도에게 줄 수 없었다!
임현도는 허진숙이 팔찌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 "그래서 돌려줄 생각이 없으신 거네요?"
"어이구, 선물하고 다시 돌려받으려는 뻔뻔함이라니. 이런 경우는 처음 보네!"
허진숙의 얼굴엔 비웃음이 가득했다.
"네. 마치 당신들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모든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는 뻔뻔함과 같죠."
임현도도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야?"
허진숙은 듣자마자 기분이 언짢아져 뻔뻔하게 말했다. "우리 딸을 너 같은 거랑 5년 동안이나 살게 했는데 고마움도 모르고. 그리고 네 죽은 엄마가 남긴 이 낡아빠진 팔찌도 내가 재수 없다는 말 한 번 안 했는데, 그것조차 가져가려고 해?"
"뭐라고요?"
임현도의 눈에 순간 분노가 스쳤다.
아무도 임현도의 엄마에 대해 나쁘게 말할 수 없었다!
임현도의 분노에 허진숙은 깜짝 놀랐다.
평소 온화하고 아무런 불만도 없었던 임현도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엄마,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누나 왔어요?"
이때 위층에서 짧은 머리의 젊은 남자가 내려왔다.
허유정의 동생, 허천수였다.
"아들, 마침 잘 왔어. 이놈이 너희 누나 집에 와서 물건을 가져가려고 하고, 네 엄마 팔찌까지 가져가려고 해!"
허진숙은 아들이 내려오자 믿는 구석이 생겼다.
"하, 너였어? 이혼한 마당에 여길 와?"
허천수는 임현도를 보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허천수의 눈에 임현도는 5년 동안 누나에게 얹혀살며 빈둥거린 무능한 놈일 뿐이었다.
임현도는 허천수를 무시하고 허진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진숙 씨, 제 어머니 팔찌 돌려주세요. 이혼하고 저 허씨 가문의 재산을 조금도 요구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허씨 가문도 제 물건을 점유하면 안 돼요."
"허씨 가문의 재산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정말 뻔뻔하네! 네가 요구한다고 해서 우리 딸이 줄 거라고 생각해? 이 무능한 놈아!"
허진숙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 팔찌는 우리 딸에게 줬으니 내 거야!"
"허진숙 씨, 마지막으로 말할게요. 우리 엄마 팔찌 돌려주세요. 사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임현도는 아까와 같은 말을 반복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야, 우리 엄마한테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이번에는 허진숙이 말하기도 전에 허천수가 임현도의 코앞에 손가락을 들이밀며 욕설을 퍼부었다. "넌 네가 어떤 위치인 줄 알아? 너 그냥 우리 누나 발밑에 있던 개였을 뿐이야!"
임현도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이 가족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허천수는 임현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임현도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고 더욱 거칠게 소리쳤다. "자, 개처럼 짖어봐. 그러면 내가 동전 두 개 던져줄지도 모르잖아, 하하!"
임현도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현도는 바로 손을 들어 허천수의 얼굴을 강하게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