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장

화장실 쪽에서 물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김수아가 샤워하는 소리를 들으며 임현도의 마음은 진정될 수가 없었다. “휴.” 다시 한숨을 내쉬면서 임현도는 가까스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야릇한 생각을 가라앉혔다. 시간도 천천히 흘렀다. 십여 분이 지나서야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가까스로 진정된 마음은 다시 설렜다. 또 5분이 지났다. “삐걱.” 화장실 문이 열렸다. 안에서는 수증기가 자옥하게 피어올랐다. 김수아는 비단 같은 머리를 닦으면서 화장실에서 나왔다. 임현도는 고개를 들어 샤워를 마친 김수아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가슴이 확 떨렸다. 샤워를 마친 김수아는 온몸에 흰색 실크 파자마를 입고 있었고 축축한 머리카락이 어깨에 드리워졌다. 예쁜 얼굴은 샤워하면서 열기를 받아 발그스름한 빛깔을 띠었다.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임현도는 온몸의 피가 들끓는 것 같았다. 파자마에 감싼 몸매가 보일 듯 말듯 어여쁜 라인을 그려냈고 치맛자락은 백옥처럼 매끄러운 다리가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며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임현도의 두 눈은 붉게 달아올랐고 마치 뜨거운 불꽃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김수아는 임현도의 눈빛을 보더니 얼굴이 붉어졌다. “임현도 씨, 저기... 몸을 뒤로 돌리세요.” 임현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얼른 등을 돌렸다. 김수아는 화장대 앞으로 다가가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머리를 말렸다. 거의 5, 6분 정도 말리고 난 후 김수아는 헤어드라이어를 치우고는 얼른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이불속에 감춰졌다. “이젠 돌아앉아도 돼요.” 김수아가 말했다. “네.” 임현도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몸을 돌려 김수아를 보니 그녀는 이불 속에서 머리만 밖으로 드러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또 저도 모르게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왜 웃어요?” 김수아는 볼에 힘을 주며 물었다. “멍해 있는 수아 씨가 귀여워서요.” “칫, 당신이야말로 바보예요.” 김수아는 코를 찡그리며 뾰로통해서 말했다. “음... 그럼 멍청한 것이 아니라 똑똑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