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눈앞의 굉장한 행렬에
임현도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주인님, 환영합니다!"
모두가 일제히 외쳤다.
"그래."
임현도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 올랐다.
동시에 핸드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주인님!"
곧바로 엄청 공손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블랙."
임현도가 낮게 말했다.
"주인님,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인님, 주인님이 없는 동안 전국의 150개 회사와 해외의 20조 자산을 문제없이 관리했습니다. 이제 주인님께서 돌아오셨으니, 오늘 내로 자산을 순차적으로 주인님 아래로 넘기겠습니다."
"그렇게 급하게 할 필요 없어. 알다시피 내가 5년 동안 편하게 지냈잖아."
"그 여자 때문에 주인님께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블랙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주인님, 허유정의 회사 파산시킬까요?"
그동안 주인님이 몰래 돕지 않았다면, 그 여자의 회사가 오늘날만큼 성장할 수도, 영성 최고의 기업가로 선정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고마움도 모르는 여자야!'
"됐어. 그대로 놔둬."
임현도가 담담하게 말했다.
결국 부부였는데,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리고 허유정의 실체를 안 후, 임현도는 더 이상 허유정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이제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면 된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블랙은 명령을 받고 이어서 물었다. "주인님, 영성에 계속 머무실 계획입니까?"
"응, 아직 어디로 갈지 결정하지 않았으니 여기 있을 거야."
"주인님, 그러면 영성에 있는 회사 5개 먼저 넘기겠습니다."
"너도 참…"
임현도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겠어, 먼저 넘겨줘."
"알겠습니다, 주인님. 호텔을 포함해 영성에 총 5개의 회사가 있습니다. 그중에 원유 그룹이 현재 시가총액 6조로 가장 높으며, 영성의 모든 그룹 중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위와는 두 배 차이입니다."
"원유 그룹이라?"
임현도는 잠시 생각하곤 말했다. "조금 있다 원유 그룹부터 보러 가야겠어."
원유 그룹은 임현도가 세운 첫 번째 회사였다.
임현도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주인님, 언제 가실 예정이신가요?"
"오후 3시쯤?"
"알겠습니다, 주인님, 바로 김 대표한테 오후 3시에 회사 정문에서 주인님을 맞이하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전화를 끊은 후, 임현도는 고개를 저었다.
블랙은 예전과 같이 여전히 철저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이 5년 동안, 임현도는 허유정을 위해 거의 모든 일을 놓고 있었다.
다만 허유정은 모르는 사실이었다.
임현도는 이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
15년 전 눈보라가 치던 밤, 임현도는 불치병에 걸려 가문에서 쫓겨나 영성 거리에서 헤매고 있었다.
거의 배고픔과 추위에 거의 죽을 것 같던 순간, 평범한 차림새의 여자애가 자신의 손에 있던 유일한 빵을 건네며, 인생은 달콤한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머지않아 여자애는 달려온 유모에게 끌려갔다.
하지만 가던 중 핑크색 나비 머리핀 하나가 여자애의 머리에서 떨어졌다.
임현도는 그 머리핀을 주워 소중하게 보관했고, 그 여자애의 말을 영원히 기억했다.
이후 임현도는 신비로운 어르신이 데려갔다.
어르신은 임현도의 불치병을 치료해 줬을 뿐만 아니라, 온갖 능력을 가르쳐 세계의 정상에 서게 했다!
그동안 수많은 왕족과 귀족이 임현도에게 손을 내밀었고, 임현도는 수많은 연애편지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임현도의 마음속엔 오직 그 여자애뿐이었다.
노력은 결국 보답을 받게 되는 법이다.
5년 전, 임현도는 머리핀을 통해 여자애를 찾았다.
그 여자애가 바로 허유정이었다.
당시의 허유정은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임현도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허유정 곁에 있기로 결심했다.
이 사실을 허유정에게 알리지 않았다.
임현도는 그저 허유정을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임현도는 머리핀을 항상 보관해 왔고, 그것을 나무 박스에 넣어 허유정과 함께 사용하던 침실 서랍 속에 두었다.
이번에는 그것을 가져오지 않았다.
임현도의 마음엔 더 이상 미련이 없었다.
그 머리핀과 함께 있는 연애편지들은 허유정이 보든 말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미 이혼한 사이이니 허유정이 자신을 쓰레기라고 오해해도 상관없었다.
앞으로 다시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임현도는 영성에서 일주일을 넘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출발해. 먼저 영성 좀 둘러보고 회사로 가."
임현도가 말했다.
결혼 생활 동안 영성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지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네, 주인님!"
마이바흐 행렬이 웅장하게 떠났다.
이 장면을 본 별장 입구에 있던 경비는 깜짝 놀랐다.
도대체 어떤 대단한 인물이 이런 대우를 받는 거지?'
한편.
별장 안.
짐을 정리하던 허유정이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무슨 일이야?"
"너랑 임현도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
"이혼했어 엄마."
"그놈이 네 돈 가져간다고는 안 했어?"
"걱정하지 마, 엄마. 내가 돈 가져가게 할 것 같아?"
이 몇 년 동안 임현도는 허유정의 것을 먹고 쓰고 했으니 이미 충분했다.
협의금까지 바라는 건 어림없지!'
"잘했어. 맞다 딸, 너랑 문수 도련님이랑은 어떻게 잘 지내고 있어?"
"아주 좋아, 엄마."
"그럼 요즘 문수 도련님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 자리 가지면서 빨리 결혼 날짜 잡자. 알다시피 문수 도련님이 영성 4대 재벌 가문 도련님이잖아. 결혼만 하면 네 미래는 물론 우리도…"
"알겠어, 엄마. 내가 문수 씨한테 물어볼게. 지금 문수 씨랑 원유 그룹에 가서 중요한 미팅 해야 하거든."
"그래 딸, 얼른 가 봐. 끊을게!"
"응."
전화를 끊은 허유정은 장문수와 임현도를 떠올리며 임현도에 대한 혐오감이 가득해졌다.
이런 사람과 5년을 보냈다니!'
임현도가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허유정은 이미 장문수와 결혼해 장씨 가문의 작은 며느리가 됐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난 허유정은 임현도의 물건을 모두 밖으로 내다 버리기로 결심했다.
침실로 들어가
허유정은 임현도의 옷을 모두 꺼내 바닥에 던졌다.
맨 아래쪽 서랍을 뒤지자
허유정은 나무 박스를 발견했다.
이것도 임현도의 물건일 텐데, 허유정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호기심에 허유정은 나무 박스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두꺼운 종이 뭉치가 있었다.
허유정은 그 종이들을 꺼내 보았고, 그것들이 임현도에게 보내진 연애편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루티아국의 전 대통령의 딸, 셀리아 왕국 현 왕실의 공주…
모두 다 최고의 미모와 막강한 지위를 가진 여자들이었다!
그중에는 화하국 연경 제일 재벌인 소씨 가문의 아가씨까지 있었다!
허유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허유정은 이 편지들이 정말 그 여자들이 임현도에게 쓴 것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다. 5년 동안 임현도가 그녀들에게 몰래 환상을 품고 이런 편지들을 자작했다는 것이다!
"이 엉큼한 변태 자식!"
허유정은 욕을 퍼부으며 속까지 메스꺼웠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나무 상자를 바닥에 세게 던졌다.
편지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때, 상자 밑에서 핑크색 나비 머리핀이 하나 떨어졌다.
"이게 뭐지?"
허유정은 의아한 눈빛으로 머리핀을 주워들었다.
허유정은 보면 볼수록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아, 맞아!'
이건 어릴 때 겨울에 허유정과 김수아랑 길거리에서 산 그 머리핀이었다!
그때 두 사람은 하나씩 나누어 가지며,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었다.
허유정의 건 여전히 잘 보관 중이었다.
근데, 임현도한테 왜 똑같은 게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