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장

직접 소희연의 진심을 들은 임현도는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고귀한 아가씨인 소희연의 눈에 그는 일개 경호원일 뿐이었다. 어쩌면 자신을 구해준 기사에게 공주는 잠시 호감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그건 결국 시간과 함께 빠르게 희미해질 하찮은 감정이며 정신이 든 공주는 기사는 결국은 기사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녀의 최종 선택은 분명 왕자일 것이다. 그렇게 그는 소씨 가문 사람들의 조롱과 모욕을 뒤로 한 채 떠났다. 임현도는 소희연이 직접 쓴 이별 편지를 손에 꽉 쥐고 구겼다. 상처입은 그는 퇴폐한 나날들을 보내다 연경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 일 이후로 그는 남자에게 필요한 건 권력과 지위라는 것을 명심했다. 그는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인맥과 자원을 활용하여 회사를 설립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절대적인 재능으로 강자들을 밟아버렸다. 끝내 그는 명예와 이익의 최정상에 다다랐다! 바로 그때, 그는 분홍색 나비 머리핀을 통해 그가 절망적인 상황에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소녀를 찾아냈다. 허유정에게 그의 손에 있는 것과 똑같은 머리핀이 있었는데 그것은 여자 아이가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단호하게 갑옷을 벗어 던지고 은둔하기로 선택했고, 모든 것을 블랙에게 맡겼다. 그렇게 생각지 못 한 오해가 드러났다. 그때 그를 구한 소녀는 허유정이 아닌 김수아였던 것이다. 머리핀은 한 쌍이었고 당시 허유정과 김수아에게 각각 하나씩 있었으며 잃어버린 그 머리핀이 바로 김수아의 것이었다. 바로 김수아가 추운 겨울에 자신에게 있는 유일한 빵을 그에게 건네며 강하게 살아남으라고, 그리하면 결국 삶이 행복한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그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버티게 해주었다. 소녀가 없었다면 12년 전에 만성 질환으로 인해 가문에서 추방당한 남자는 아마도 길거리에서 얼어죽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 여자에게 보답하러 왔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줄 것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