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장

"변태 같은 놈!" 남자의 행동을 보던 서인영은 갑자기 소름이 쫙 돋았다. 변태 같은 놈이 지금 그녀의 스타킹 냄새를 맡고 있었다. "이거 당장 풀어!" 서인영이 미친 듯이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음침하고 오싹한 이곳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서 비서, 향 너무 좋아." 남자는 잇몸까지 드러내고 웃었고 얼굴에 즐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변태!" 서인영이 이를 꽉 깨물었다. 어찌나 역겨운지 헛구역질이 다 날 정도였다. "내가 변태라고? 서 비서, 굳이 탓하려면 그 완벽한 다리나 탓해. 너무 매혹적이야." 서인영이 뭐라 욕해도 남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말하면서 또 탐욕스럽게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저리 꺼져, 이 변태야!" 서인영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하지만 남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스타킹 속 그녀의 허벅지만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마치 완벽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서인영이 남자에게 거칠게 침을 뱉었다. 남자는 잠깐 멈칫하다가 몇 초 후 팔에 묻은 침을 천천히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인영은 그 모습을 쭉 지켜봤다. 마음속으로는 극도로 두려웠지만 다행히 남자도 어느 정도 진정된 것 같았다. 변태가 계속해서 그녀의 다리를 쳐다보는 게 소름 끼치도록 싫었다. "이년아, 그거 알아? 나 누가 나한테 침 뱉는 거 제일 싫어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의 굵고 사나운 목소리가 갑자기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서인영은 순간 가슴이 움찔했다. 그런데 아직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갈겼다. 짝. 찰진 따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인영은 비틀거리면서 제대로 서지조차 못했고 얼굴이 얼얼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남자는 뒤에서 날카로운 수술칼을 집어 들고 머리카락을 잡더니 칼날을 그녀의 얼굴에 댔다. 서인영은 놀란 나머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이년아, 내가 네 다리를 좋아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