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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주다인도 어색한지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엄마, 제가 차라도 타드릴게요...” 송청아는 순진한 척하며 말했다. “언니, 됐어요. 엄마는 평범한 차는 안 드세요. 오늘 밤 저는 엄마와 함께 언니 데리러 왔어요. 이젠 이렇게 허름한 곳에서 살지 않아도 돼요.” 송청아를 쳐다본 주다인은 그녀의 맑은 눈동자 속에 깊이 숨겨진 적의를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강요하지 않고 이윤희를 바라보았다. 이윤희 역시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다인아, 엄마랑 같이 돌아갈래? 엄마도 네가 여기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보여. 송씨 가문으로 돌아오면 엄마가 잘 돌봐줄게. 응?” 주다인은 이 말을 듣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원래 송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딸이었고 지난 몇 년 동안 그녀 역시 친부모를 찾고 있었다. 이제야 드디어 찾았는데 어찌 가족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겠는가? 주다인은 잠시 멍해졌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는 침실로 들어가 캐리어를 꺼내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아파트에는 그녀의 물건이 별로 없었다. 심진우와 헤어진 후 그는 짐을 많이 가져가지 않았는데 그녀가 사준 신발, 가방, 옷가지들은 그에게 있어 맞춤 정장 한 벌보다도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다. 이 물건들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불편해져 주다인은 큰 보따리를 싸서 모두 폐품으로 팔아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이곳에서 3년을 살았지만 캐리어 하나에도 짐을 채우지 못했다.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송청아의 기분 나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언니, 이 물건들을 가져가지 말고 그냥 여기에 둬요. 다 쓰레기 같아 보이는데 집에 돌아가면 제가 새로 사줄게요.” 주다인은 송청아의 가식적인 말에 짜증이 나서 고개를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이것들은 나에게 있어 더없이 중요한 물건이야. 날 관심한다는 명의로 말끝마다 비웃는 넌 대체 무슨 심보야?” 송청아는 주다인이 아예 그녀의 의도를 까밝힐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곧 울어버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이윤희를 바라보았다. “엄마, 언니가 제 말을 오해한 것 같아요. 전 그냥 언니가 이제부터라도 좋은 삶을 살길 바랐을 뿐이었어요. 언니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을 보지 않아...” 이윤희는 눈을 내리깔았다. “청아야, 네 언니의 생각을 단번에 바꿀 순 없어. 이게 다인이에게 중요한 물건이라면 가지고 가면 돼. 송씨 가문 저택에 물건 놓을 자리가 없는 건 아니잖아.” 송청아는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제 생각이 짧았어요.” 이윤희는 송청아 때문에 화내지 않았다. 지난 20년 동안 송청아는 철이 들었고 이해심도 많았으니 이윤희는 이런 수양딸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자발적으로 주다인에게 다가가 짐 정리를 도와주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다인아, 엄마가 도와줄게.” 그런 후 주다인은 이윤희와 함께 송씨 가문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송청아는 자연스럽게 가정부에게 차를 타오라고 하고는 손을 씻고 다과를 집어 들었다. 주다인은 조금 주눅이 들어 눈 앞에 펼쳐진 낯선 환경을 보았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화려하고 웅장했는데 그녀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세계였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그녀의 집이었다. 이윤희는 주다인의 손을 잡고 신발을 주며 가정부에게 주다인을 위한 새 옷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주다인이 고개를 숙여 보니 자신은 여전히 노점에서 할인받아 산 6000원짜리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이곳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이윤희에게 끌려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사진을 발견했다. 한눈에 주다인은 몸이 굳어졌고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사진 속 남자가 송글 그룹 대표님이었다. ‘그렇다면 그날 그녀가 응급 수술을 한 환자가 바로 내 아버지였다고?’ 송청아는 주다인의 눈빛을 알아차리고는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언니, 아빠는 아직도 의도적인 약물 바꿈으로 인해 병원에서 의식 불명 상태에 있어요. 최근 몇 년간 아빠 건강이 안 좋았는데 언니의 실수로 아직 퇴원도 못 했어요. 아빠가 이 때문에 더 나빠지면 어쩌죠...” 주다인은 이미 송청아의 적의와 음모를 알아차렸다. 지금 이 얘기를 꺼내자 이윤희의 얼굴도 굳어버렸다. 그녀도 주다인에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주다인은 비록 마음이 아팠지만 태연하고 단호한 눈빛으로 이윤희와 시선을 마주쳤다. “엄마, 제가 아버지의 약을 바꾼 게 아니에요. 제 결백을 증명할 거예요.” 이윤희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딸의 확고한 눈빛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주다인을 소파에 앉히고 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물었다. 주다인은 말을 논리정연하게 했고 생각도 명확했으며 의심과 오해를 받을 때도 억울하다고 흔들리지 않았다. 이에 송청아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 주먹을 꽉 쥐며 저도 모르게 땀을 흘렸다. 주다인은 이참에 병원에서 주승재 과장님과의 녹음을 꺼내 이윤희에게 들려주었다. 그녀의 딸이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이런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본 이윤희는 얼굴이 차가워졌다. “운해 병원의 주승재 선생님을 비롯한 교수님들이 말을 다 이렇게 함부로 하는 거야? 사고가 생겼는데 제대로 조사도 안 하고 네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해?” 송청아는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주다인이 이렇게 속셈이 깊을 줄 생각지도 못했네. 미리 녹음해서 엄마의 동정심을 사려 했잖아. 내가 주다인을 얕잡아봤어.’ 주다인은 송청아를 흘끗 보며 그녀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눈에 담았지만 일부러 모른 척 입을 열었다. “엄마, 저는 이미 증거를 조금 확보했어요. 이제 운해 병원을 고소해서 제 결백을 증명할 생각이에요.” 그녀는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 이윤희는 더욱 애틋한 눈빛으로 주다인을 바라보았다. 밖에서 잡초처럼 자란 딸은 정말 강했고 작은 좌절 때문에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송청아는 마음이 더욱 불안해지며 주다인이 무슨 증거를 확보했는지 궁금해졌다. 만약 그녀에게 불리한 증거라면... 송청아는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언니, 송씨 가문에서는 운해 병원에도 투자했어요. 고소한다면 송글 그룹의 주식도 떨어질 건데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은 하지 말아요.” 주다인은 송청아를 힐끗 보며 그녀가 더 많은 실수를 하도록 유도하려 했다. “송글 그룹은 대기업이고 지금까지 민생 분야를 잘 해왔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생각한다면 병원에 투자했더라도 오히려 결백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병원 내부의 불공정한 독점 운영을 깨뜨려야 한다고 봐. 이래야만 병원 관리가 개선될 거야.” “내 생각엔 엄마도 송글 그룹이 투자한 병원이 이런 혼란스럽고 불공정한 곳이길 바라지 않을 거예요. 지금 설명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데 그때 되면 아마 지분을 철회하기도 어려울 거예요.” 이윤희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견한 눈빛으로 주다인을 바라본 후 결정했다. “다인아, 네가 이렇게 말하니 엄마는 오히려 네가 진실을 찾아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 네가 병원에서의 이력을 봤는데 졸업해서 지금까지 몇 년 동안 넌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열심히 일했더구나. 엄마는 네가 약을 바꾸는 짓을 하지 않았다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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