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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장

“당신들은 소 세자가 계속 저를 도발하고 귀찮게 하는 것이 내가 만만해서 그런다고 생각합니까?” 앞에 있는 소장경을 보며 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소장경은 심호흡을 했다. 그는 자신이 이미 하현의 속내를 잘 파악했다고 자인하며 그를 꺼리기는 했지만 단지 꺼림칙할 뿐이었다. 이때 소장경이 조용히 말했다. “하 선생님, 저는 당신이 누구인지도 알고 당신 뒤에 누가 있는 지도 압니다.” “저희 소씨 집안은 당신 뒤에 있는 사람에게 미움을 살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일은 저희가 사과 드립니다.” “하지만 당신도 적당히 하세요.” 소강승은 곁에서 얼굴을 가리고 말했다. “가주님, 이런 폐물이 무슨 지위가 있겠어요? 이 사람은 그저 데릴사위 아닌가요? 우리 당당한 소씨 집안이 그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어요?” “무슨 근거로 우리 소씨 집안이 사과를 해야 해요? 설령 가주님이 저의 체면을 구기실 수는 있다 해도 우리 소씨 집안 체면이 구겨질 수는 없어요!” “입 다물어!” 소장경은 소강승을 노려보았다. 그는 오늘의 큰 일을 작은 일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이 소강승이란 놈이 뜻밖에도 자꾸 뛰쳐나오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소장경은 조용히 말했다. “강승아, 이리 와. 하 선생님께 사과해!” “말도 안돼요. 내가 어떻게 데릴사위한테 사과를 해요! 가주님, 우리 소가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아요!” 소강승은 시큰둥한 얼굴이었다. “퍽!” 소장경은 또 소강승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사과를 하라면 사과를 할 것이지 무슨 그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 이때 소장경은 처음으로 소강승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거야? 지금 남원의 상황은 며칠 전과는 달라졌다. 한편으로는 천일그룹이 완전히 부상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항성 이씨 가문의 맹렬한 용이 강을 건너왔다. 이런 상황에 소씨 가문은 다른 3대 일류 가문과 공수 동맹을 맺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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