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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장

“어? 쓸모없는 녀석! 네가 우리 설씨 집안의 큰 일을 망쳐놓고도 여전히 얼굴을 들이밀어?” “너 정말 우리가 널 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오늘 셋째 삼촌이 설씨 어르신 앞에서 사정하지 않았으면 나는 너를 때려 죽였을 거야!” “폐물, 내가 너한테 충고하나 할게!” “……” 순간, 한줄기 시선이 하현의 몸 위로 떨어졌다. 설씨 어르신은 오직 냉랭한 얼굴이었을 뿐, 하현을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 여기는 그저 남원이었기 때문에 설재석은 많은 인맥들을 가지고 있었고, 왕씨 가문의 일 역시 그가 연락을 하러 간 것이었다. 그래서 설씨 어르신께서 체면을 세워주신 것이다. 만약 여기가 서울이었으면 설씨 어르신의 성격에 벌써 하현은 쓸려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그는 하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설씨 어르신이 지금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설지연네 식구들이었다. 필경 설지연은 곧 왕씨 집안에 시집을 가게 될 것이다. 이 일에 있어서는 줄곧 마음에 들어 했던 설민혁네 식구들이 설지연네 식구들의 지위보다 못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설은아네 식구들은 먼저 앉을 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막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셋째 삼촌! 여기는 남원이지 서울이 아니에요!” “할아버지께서 지금 우리는 남원에서 새로운 귀인이니 가문의 규칙들도 좀 고쳐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여기에 앉으시면 안돼요!” 설민혁이 입을 열며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이야?” 설재석은 화가 난 얼굴이었다. “이 술집은 내 연줄로 예약한 거야. 지금 내가 앉지도 못하는 거야?” “삼촌 화부터 내지 마시고 새로운 규칙부터 들어보세요.” 설민혁은 일어서서 팔짱을 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남원의 새 귀인은 귀인의 모양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오늘 비록 가족 내부 회의이긴 하지만 이따가 왕 도련님도 오시니까 우리가 더 꼼꼼하고 규모 있는 모양새를 갖춰야죠. 우리 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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