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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0장

원가령도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고 잠시 망설이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필립 선생님이 더 화내기 전에 사과하는 게 어때?” “안 그랬다간 나중에 더 큰일을 당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 원가령의 말을 들은 원천신은 화를 참지 못하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철딱서니 없이 이럴 때 저런 말을 하며 하현을 도와주려고 하다니! 눈이 멀어도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며 못마땅한 듯 눈에서 불을 켜며 자신의 딸을 째려보았다. 필립 선생님도 슬슬 화가 났다. 자신은 젊은이를 생각해 충분히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젊은이는 기회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다.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필립 선생님, 이 송로란에서 중요한 건 뚜껑을 연 후 3분 이내에 입에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죠?” 필립 선생님은 냉랭하게 말했다. “맞아요. 그때 맛이 가장 신비롭기 때문이죠.” 하현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이 신비로운 맛은 솔직히 말해서 별로 놀랍지 않습니다.” “다만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바로 터져서 씹을 필요도 없이 사르르 녹는 독특한 식감이 중요한 거죠. 그렇죠?” 필립 선생님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약간 어리둥절해했다. 그가 만든 요리의 특색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것은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추측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하현이 지금 자세하게 맛을 설명한 것이다. 하현은 계속해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이 요리는 사람들에게 확실히 식도락의 향연이자 보기 드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신선의 연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폐결핵 환자에게 이 요리는 어떻습니까?” “튀긴 음식은 순식간에 그녀의 입과 호흡기를 자극합니다.” “입맛을 돋우기 위해 곁들인 버텨는 순식간에 그녀의 폐로 몰려옵니다.” “응고된 버터는 장기를 막습니다.” “폐결핵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맑은 공기입니다.” “당신이 만든 이 요리는 원 여사님의 기도를 완전히 막아버리고 가뜩이나 위태로운 폐결핵을 순식간에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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