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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7장

”퍽!” 여수혁 부자를 때려눕힌 후 심무해는 두 사람을 하현 앞으로 걷어찼다. “감찰관, 이 두 부자가 여러 번 무례를 범한 것 같은데 모두 내 잘못이야. 내가 잘 통솔하지 못한 잘못이라고.” “감찰관이 처리해 주시게.” 말을 하는 동안 심무해는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한 치의 소홀함도 보이지 않았다. 여수혁은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라 욱신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도무지 말이 떠오르지도 않아 겁에 질린 눈으로 하현을 힐끔힐끔 쳐다볼 뿐이었다. 반면 여영창은 고개를 숙인 채 원망에 가득 찬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두 부자가 하현을 짓밟으려다 되려 된통 당하고 말았으니 어떻게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현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고 그의 눈빛만이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심무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심무해에게 다가간 하현은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맹주님이 알아서 사람을 불러 처리하시죠.” “지금은 밤 11시니 동이 트려면 아직 7시간이 남았군요.” “맹주님의 사람됨을 알기에 잠시 시간을 드리는 겁니다.” “내일 아침 10시에 하구봉이 사람을 데리고 페낭 무맹으로 갈 겁니다. 그때 이 사건을 조사할 거구요.” “은혜가 있으면 은혜로 갚고, 원한이 있으면 원한으로 갚아야죠.” “은혜도 원한도 없다면 아마 하구봉은 날 대신해 공명정대하게 감찰관의 직책을 수행할 겁니다. 그동안 페낭 무맹이 나쁜 짓을 얼마나 많이 저질렀는지 샅샅이 들여다보겠죠.” “또한 오늘 밤 있었던 이 일은 아무도 몰라야 합니다.” “나란 사람은 몸을 낮추는 것을 좋아합니다. 몸을 낮추어야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거든요. 맹주, 내 말 알아듣겠습니까?” 말을 하면서 하현은 심무해의 어깨를 툭툭 쳤다. “맹주님, 알아서 잘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후 그는 하구봉과 강옥연 일행을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하현의 말은 담백했지만 여수혁의 마음을 오그라들게 하기 충분했다. 아무런 표정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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