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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장

“내가 안씨 대가에게 가서 설씨 집안을 도와 달라고 하길 바라는거야?” 하현이 직접 입을 열었다. 설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반응도 없었다. 하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자신이 잘 맞춘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설은아는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네가 고개만 끄덕이면 나는 널 위해 가서 그 일을 할 수 있어. 하지만 안씨 집안이 설씨 집안을 안중에 둘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하현은 이어서 입을 열었다. 설은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하현은 어떤 원망도 하지 않았고, 은아에게 어떤 불만도 품지 않았다. 화제를 바꾸어 말했다. “설민혁을 무릎 꿇게 한 게 너도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 설은아는 죽을 한 모금 먹고 자리를 떴고 그러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 가득 쓴웃음을 지었다. 그 역시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이 지경이 되었다. …… 5성급 풍경이 있는 호수 별장 안. 안수정은 소파에 앉아 한숨을 쉬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내일 제주로 돌아간다. 오늘 하현을 만나자고 약속을 잡고 싶었지만 마땅한 핑계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까마득히 높은 안씨 집안의 큰 아가씨인데 자신의 자긍심과 냉랭함을 한꺼번에 바닥에 버리라는 말인가? 안수정의 탄식을 듣던 안흥섭이 빙그레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뭐야? 아무런 자신감도 없는 거야? 내가 네 대신 말해줄까?” 안수정은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에게 온 물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할아버지도 알고 계셔야 해요.” “만약 제가 떠나기 전에 그가 저를 배웅하고 싶어한다면 먼저 전화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제가 찾고 있는 사람과 다르다는 뜻이겠죠.” 안수정이 꾸밈없이 말을 하자 안흥섭은 알아들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계산해 볼 때 마음도 없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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