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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7장

예전에 하현 앞에서 허둥지둥 도망가던 이서국은 지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기고만장해 있었다. 말할 때 그는 특히 더 오만한 미소를 띠었다. “천벌받을 짓을 하다니! 이러고도 하늘이 무섭지도 않아?!” “우리 위대한 이 지회장님이 수십 년 동안 지금의 국술당 명성을 만들었어.” “결국 당신 손에 넘어가자마자 간판부터 바꿔 달다니!” “왜? 당신이 무학을 배우지 않았다는 사실이 사람들한테 알려질까 봐? 그래서 간판을 바꾼 거야? 간판만 바꾸면 사람들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순진하기는!” 이서국의 말에 그의 곁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은 간드러지는 웃음을 터뜨렸고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서국! 지난번 교훈이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지?” 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을 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교훈 하나 더 줄까?” “어째서 당신은 이토록 천박한 거야?” 하현은 진절머리 난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이서국의 허리춤에 찬 장검에 눈길을 던졌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왜 주제 파악을 이렇게도 못 하는 거야?” “무술을 연마하려고 했나 본데!” “칼을 차고 있다고 무술이 다 연마가 되겠어, 안 그래?!” “연마하라는 검술은 연마하지 않고 백날 천박한 것만 연마하나 봐!” “앞으로는 당신 이름을 이서국이 아니라 이천박으로 바꿔. 그 이름이 당신한테 훨씬 어울려!” 하현의 조롱 섞인 말에 이서국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셨다. 이서국은 하현을 보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하현! 이 자식! 감히 날 비아냥대? 죽고 싶어?” “오늘의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야!” “내가 전화 한 통만 하면 당신은 이승에서 발도 못 붙이고 이슬처럼 사라질 거야!” “왜? 기댈 언덕이라도 찾은 모양이지? 그래서 그렇게 잘난 척이야?”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서국의 길을 막았다. “당신이 날 밟아 죽일 수 있다면 지금 당장 해 봐! 뭘 기다려! 당장 해치워 보라고!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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