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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5장

이를 본 하현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상대가 자살까지 각오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으로서 너무나 파렴치한 행동이었다. 국면을 뒤집어 놓았다고 생각했던 이희광도 그들의 행동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현은 얼굴에 핏기가 가시며 말했다. “어떻게 하긴? 얼른 구급차부터 불러야지!” 비록 현장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두 눈으로 보고 있으니 자연히 증언할 수 있겠지만 국술당에서,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간다면 그것은 하현에게 있어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수십 명의 생명이 달린 일이었다. 하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해도 명성에는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이고 관청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게 되면 정말로 국술당이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하현이 아무리 인맥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여론의 벽에 부딪히면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 그 또한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하현은 지금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구급차를 불러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그는 조남헌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어차피 모든 사정을 다 드러내 놓을 수 없는 이런 사건을 다루는 데는 조남헌만 한 사람이 없다. 30분 후 조남헌은 포르쉐를 몰고 나타났다. 그는 한 발로 문을 뻥 차고 들어와 하현의 곁으로 얼른 달려왔다. “하현, 무슨 일이든 분부만 내리십시오!” “며칠 동안 먹고 마시고 마사지나 하며 느긋하게 쉬었더니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하현이 조남헌의 말을 끊었다. “요즘 내가 일부러 그런 나쁜 족속들이랑 좀 어울리라고 하지 않았어?” “그래 좀 알아낸 거 있어?” 조남헌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요. 알아냈죠.” “이 노인은 거지파의 한 일원입니다.” “거지파? 무학의 성지 거지파?” 하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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