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9장
영지루는 깜짝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물끄러미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현,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니! 이런 기술을 국가에 공헌하는 건 당연해요. 당신을...”
“루돌프, 너무 지나친 말씀입니다.”
“의술은 잘 모르고 살인술만 알 뿐입니다!”
“학술에는 순서가 있고 예술에도 전문성이란 것이 있습니다.”
“난 운이 좋아서 잘하는 분야에서 다행히 사람을 구했을 뿐이에요.”
하현은 영지루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루돌프를 일으켜 세웠다.
“어르신이 이 병을 앓은 지 오래되셨기 때문에 비록 지금 병의 원인을 제거했다고 해도 기력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동안 보양을 잘 해야 하구요.”
“이후 어르신의 회복에 대해선 당신한테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후 하현은 돌아서서 떠났다.
잘나가는 집안의 곱게 큰 여식에게 하현은 일일이 대꾸할 의사가 없었다.
하현이 아니라도 영지루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눈먼 귀족 공자들은 얼마든지 많을 테니까.
하현은 그런 사람들을 상대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1호 정원에서 이들을 만났다는 것으로 무성에서 하현의 인맥이 또 한층 넓어진 것이다.
전에는 만 씨 집안 만천우만이 그에게 고분고분했다면 아마 지금쯤 당당하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하현을 대했던 만천구조차 순한 양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현은 그런 세세한 것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만진해를 구한 것은 순전히 만천우의 체면을 위해서였다.
하현은 만진해가 젊었을 때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 만년에 편안하게 지내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
도끼파 본거지에 돌아온 하현은 주변의 어두운 불빛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에는 이곳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만 씨 가문의 저택을 보고 나니 비교가 되었던 것이다.
하현은 무성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1호 정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천우에게 부탁해 설은아가 오래 머물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1호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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