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0장
”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자.”
열변을 토하던 하문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
“이번에 천 리를 건너가 섬나라를 급습한 일은 비록 문주가 너한테 시킨 일이긴 하지만 너와 호위대의 공이 적지 않아.”
“공로를 치적할 때 네 이름이 오르내린다면 너한테는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어.”
“그래서 이번 일은 아마도 네가 하현과 함께 주동적으로 움직여야 해.”
“만약 그가 너한테 이런 명분을 준다면 넌 공을 세워 이름을 날리게 되겠지.”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너무 강요하지는 마.”
“현재로서는 우리가 문주와 한배를 타기로 했으니 하현과 사이가 틀어지면 좋지 않아. 무슨 뜻인지 알겠니?”
하구봉은 하문천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돌아오는 길에 하현과 얘기를 나눴어요.”
“하현 말로는 그는 감독일 뿐이고 진정한 공로는 나한테 있다고 했어요.”
“그는 이런 작은 공로에는 별로 관심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솔선해서 모든 공로를 나한테 돌린다고 했다구요.”
말을 하면서 하구봉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번졌다.
그는 항도 하 씨 가문 호위대를 지휘하고 있었지만 가장 부족한 것이 공로였다.
이번 일만 공적에 올려지면 앞으로 누가 덤비든 호위대 책임자 자리는 넘볼 수 없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이번 사건은 하현이 하구봉에게 안정제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현이 정말 그랬다고? 뜻밖이군.”
“다른 말은 없었고?”
하문천의 얼굴에 흐뭇한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그는 하현이 쉬운 상대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하현이 이렇게 큰 도량과 기량을 겸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보통 사람들은 조그마한 공로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 안달이다.
하지만 하현은 마치 자신이 한 일을 세상이 잊길 바라는 사람처럼 몸을 낮추었다.
하문천은 더욱 환한 미소로 하구봉에게 시선을 던졌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얼른 문주에게 가서 이 일을 분명하게 말해 두거라.”
“그러고 난 다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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