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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3장

하현은 싱긋 웃으며 손에 든 보이차를 한 모금 마셨다. 자신의 설득이 별 효과가 없자 진소흔은 손을 벌벌 떨며 말했다. “하현, 당신들은 아랫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독을 쓴다는 걸 알고 있어.” “내가 별 가치가 없다 생각되면 날 독살해. 그러면 내가 배신할까 봐 두려운 일은 없을 거 아니야.” “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난 이제 어딜 갈 수도 없어. 당신 보호 없이 밖에 나갔다가는 당장 차에 치여 죽을 거야!” “하현, 내가 몸을 던지고 진심을 보여주기 싫다는 게 아니라 뭘 대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우선 독약 같은 거, 나한테 없어. 설령 내가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게 당신 목숨보다 더 가치가 있는데 내가 왜 독약을 낭비하겠어?” “그리고 사람은 변하기 쉬워. 나라를 배신하고 부귀영화를 좇는 당신 같은 사람은 더욱 변덕스럽지.” “난 당신한테 약점 잡힌 것도 없고 진심이 담긴 성의도 보이지 않는데 내가 왜 당신을 보호해야 해?” “단순히 이영돈을 미워해서?”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까 당신이 내놓을 것도 없고 성의도 보이지 못하겠다면 지금 당장 가도 된다는 말이야.” “잘 가. 배웅은 생략할게.” 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마쳤다. 이걸윤 밑에 있었던 여자를 어떻게 유용하게 써먹을지 아무 생각도 없이 상대했겠는가? 하현이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여자는 그동안 적어도 세 자릿수에 달하는 노국의 귀족과 재벌들을 상대했다고 했다. 그녀의 체력에 탄복해 마지않으며 하현은 다른 사람에게 모질고 자신에겐 더 모진 진소흔에게 분명 특별한 한 수가 있다고 믿었다. 지금까지 미친 척 바보인 척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유는 가진 패를 다 까놓고 말하면 상대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가 정말로 이걸윤 일행을 하현에게 판다면 그와 함께 끝까지 싸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하현은 가련한 척하는 이 여자의 표정에 속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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