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장
핸드폰에 흐릿한 사진이 한 장 있었다. 그 날 저녁 하현과 서연이 함께 있을 때 몰래 찍힌 것이 확실하다.
하현은 말문이 막힌 채, 다시 오늘 설민혁의 태도를 떠올렸다. 진상이 밝혀졌다. 설민혁이 찍은 사진임에 틀림이 없었다. 특별히 은아에게까지 보낸 것이다.
“너 아직도 할 말이 있어? 사실이 눈 앞에 있는데 아직도 변명할 게 있어?”
하현은 변명할 게 없어 말없이 서 있었고, 그 순간 은아는 확실히 단념한 것 같았다.
그녀가 하현에게 핸드폰을 보여준 것은 그에게 변명할 기회를 주려고 한 것이었지만,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보, 이 일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야……”
하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설명해봐!”
설은아가 냉랭하게 말했다.
자신은 그녀에게 밥을 사주고 세오 여동생의 일을 해결하려고 그녀에게 작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복잡한 일을 설명하자니 은아가 접해보지 않은 너무 어두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이 길바닥 사람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어떤 일들이 더 붉어질지 모른다.
“은아야, 내가 지금은 너한테 말할 수가 없어. 하지만 나랑 서연은 정말 단순한 친구 사이일 뿐이야. 다른 관계는 전혀 없어……”
하현의 설명은 조금 부족했다.
희정이 핸드폰을 빼앗아 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독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 잘난 녀석아. 네가 데릴사위 주제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어! 너 그 돈 어디서 난 거야? 너 집에서 돈 훔쳤지!”
하현은 할 말을 잃었다.
“내가 필요해? 나 지금 출근도 못하고 있어!”
“하현, 너는 우리가 이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해? 여기 보니까 서울호텔 최상층 레스토랑이네. 너는 여기가 동물원인 거 같니? 아무나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야? 멍청하긴, 우리가 너처럼 바보 같은 줄 아니?”
이 순간 희정은 기뻤다. 이번 기회로 하현과 그녀의 집안의 관계가 끊어지길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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