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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8장

”둘째, 당신이 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스스로 뺨을 열 대 때리고 사과할 만큼 사과해. 그러면 오늘 일은 그냥 과거의 일로 묻을 거야.” “어떻게 할지는 당신이 선택하는 거야. 내가 끝까지 함께해 줄게. 어때?”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맹인호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렸다. 맹인호는 순간 넋이 나간 듯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당, 당신 도대체 누구야?” 그는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었지만 안전장치가 뽑힌 수류탄이 자신의 손에 있었고 그 손을 하현이 쥐고 있었다. 만약 하현이 힘을 주기라도 한다면 맹인호의 손에 있던 수류탄이 땅에 떨어질 것이다. 그 이후엔... 모두가 가루가 되어 함께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맹인호는 감히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겠지, 안 그래?” 하현은 담담하게 말을 하면서 손에 힘을 지그시 주었다. “정 못 고르겠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하현이 손에 힘을 주자 맹인호의 손가락뼈에서 찌직 소리가 났고 그의 손은 더욱 헐거워졌다. 수류탄이 당장이라도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았다. “미친놈! 당신은 미친놈이야! 미쳤다구!” 오만하기 그지없었던 맹인호는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하현에게 손목이 잡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맹인호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터질 듯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소파 뒤에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어 이 광경을 지켜보던 허민설의 얼굴에는 그야말로 극도의 공포가 가득 들어찼다.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극도의 공포감이 그녀를 압도했다. 그녀는 누가 나타난 것인지 똑똑히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맹인호의 손이 풀리면 바로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만이 그녀의 머릿속을 점령했다. 죽음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살아 있더라도 사지 멀쩡한 채로는 살지 못할 것이다. “자! 다 같이 죽자구!” 하현이 계속 힘을 주며 소리쳤다. 맹인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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