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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장

250억! 은아의 안색이 서서히 변했다. 설씨 집안의 자산이 천억은 됐지만, 이렇게나 많은 유동자산을 꺼낼 수 있었다면 하엔 그룹의 투자가 필요했겠나? 게다가 하엔 그룹이 1차로 송금한 금액은 90억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규천은 250억을 달라고 하니, 명백히도 제대로 협상할 생각이 없었다. “설씨 집안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돈이 그렇게나 많았다면, 우리 설씨 집안은 외부에서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겠죠. 조규천 씨,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건지 그냥 말하세요. 우리 설씨 집안은 당신과 아무 관계도 없었고 원한을 사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괴롭히는 건가요?” 은아가 억지로 냉정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내가 당신들을 괴롭히는 건 당신들 체면을 세워주는 일인 거 아세요? 언제부터 내가 당신들에게 이유나 핑계를 대야 했습니까? 설씨 집안이 뭐라고 나한테 설명을 하라는 거예요?” 규천이 인상 쓰며 불쾌한 얼굴로 은아를 바라보았다. 은아는 깊은 한숨을 들이마시며 차분함을 억지로라도 유지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그녀가 말을 이었다. “조규천 씨, 오늘 제가 이곳을 찾은 건 상당한 성의를 보인 겁니다. 당신도 성의를 보였으면 하네요.” “음, 저는 이렇게 단도직입으로 말하는 사람이 좋아요.” 규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의적인 것 같으면서도 고의가 아닌 것 같게 말했다. “성의를 논하신다면, 당신의 성의를 저에게 보여주세요. 이 뒤에 괜찮은 방이 하나 있는데, 목욕물은 이미 준비해 뒀으니 아마 마음에 드실 거예요.” 이 말을 듣자, 은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녀는 규천이 이렇게 뻔뻔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감히 이런 선 넘고 무례한 요구를 하다니, 은아는 절대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이때, 옆에 있던 하현이 갑자기 앞으로 한걸음 나서더니 은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느긋하게 말했다. “조규천, 당신이 아무런 이유 없이 설 씨 집안을 괴롭힐 리가 없어. 이 일의 배후가 따로 있지? 당신 같은 서울 길바닥 1대 거물도 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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