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장
주리는 말을 하며 마음속으로 차가운 웃음을 연이어 터뜨렸다. 슬기의 외모, 몸매 그리고 카리스마 모두 그녀보다 한 수위 높았다. 주리는 질투를 조금 느꼈지만 기어코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기분이 몹시 안 좋았을 뿐이다.
이 도둑은 참 대단했다. 블랙 카드 한 장 가지고 자기가 무슨 대표라고 다른 사람들을 속여? 이런 파렴치한을 봤나.
슬기는 주리를 쳐다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여기 아가씨, 말을 할 때는 가려서 하세요. 이분은 우리 회사 대표님이신데, 이렇게 예의 없게 대하시면 우리 회사는 다른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개의치 않아요. 당신들의 사업이 거대한 건 맞아요. 하지만 서울 전체에 당신들 은행 하나밖에 없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회사 대표님은 아무렇게나 수백억 원 이상의 투자를 하시는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대표님이 사기꾼이라니? 하늘 아래 제일 웃긴 농담이었다.
주리는 위아래로 슬기를 훑어보더니 조롱하며 말했다. “저 사람은 도둑이 아니라고요? 그럼 아닌 거예요? 이 블랙 카드가 뭔지 당신들은 알고 있기나 해요? 우리 은행에 유동자금 1000억 원이 없고 재테크 상품 1조 원이 없는 사람은 이런 은행 카드를 가지고 있을 수가 없어요! 당신은 이런 거지 같은 남자가 어딜 봐서 그렇게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거예요? 이 블랙 카드는 훔친 게 아니라면 어떻게 갖고 있는 건데요?”
슬기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당신 정말 억지 부리지 않으면 안 돼요? 우리 대표님 카드인지 아닌지는 카드를 긁어서 비밀번호를 눌러보면 알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이 이야기를 듣자 주리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고, 그녀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카드를 긁어요? 비밀번호를 누른다고요? 이런 카드는 핸드폰이랑 연동되어 있는 거 몰라요? 누군가 카드를 긁으면 비밀번호가 맞든 안 맞든 카드 주인 쪽에 힌트가 표시될 거예요! 만약 카드 주인이 우리 은행이 결례를 범했다고 생각하면 어떡해요? 그렇게 단순한 생각으로 사람을 해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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