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요구는 받아들이지.” 여자는 목걸이를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확신에 차 있었고 망설임 없이 자기 가방과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목걸이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 남편도.” 진태웅은 조금 전 자신을 향해 고함을 쳤던 남자를 가리켰다. 그 남자는 별다른 경계도 없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 덩치에 어떻게 그런 걸...” 하지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혼란과 충격적인 표정이 한순간에 뒤섞였다. 그 모습을 본 진태웅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상대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손을 뻗어 그의 주머니에서 손을 끌어냈다. “이건...” 사람들은 남자의 손가락에 걸려 있는 은색 목걸이를 보자마자 숨을 멈췄다. 순간 정적이 흐른 뒤, 곧장 현장의 분위기가 뒤집혔다. “거 봐, 내가 뭐랬어. 저런 기품 있는 여자가 그런 수치스러운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저 여자가 아까 하도 기세등등하길래 명확한 증거가 있는 줄 알았지.” “편견으로 남을 몰아세우더니 결국 자기 무덤을 판 셈이지.” 목걸이가 남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이상 은미숙은 더 이상 어떤 의심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은미숙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그 짧은 찰나에 진태웅이 상대방의 주머니에 목걸이를 넣은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노로 가득 차 있던 세 사람은 이제 군중의 비웃음에 둘러싸여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더는 은미숙을 몰아붙일 수 없게 되자 여자는 억지로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당신들은 내가 목걸이를 찾은 거에 감사해야 할 거야. 운이 좋은 거지.” 그 말을 남긴 그녀는 곁에 있는 남자에게 눈짓을 보냈고 둘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진태웅과의 내기 따위는 벌써 잊은 눈치였다. 공공장소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예상대로라면 진태웅은 굳이 그들을 막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진태웅도 급히 막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