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장
어두운 밤, 이수현이 욕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거울 속의 남자는 머리카락이 약간 젖어 있어 하얗고 단단한 가슴 위로 물방울이 몇 방울 떨어져 내렸다.
매끄러운 근육 라인은 탄탄하지만 과하지는 않았다. 몸 전체에 군살 하나 없었는데 허리에 맨 샤워 타월이 긴 다리를 가렸다.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조각 같은 모습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한참 동안 서 있던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고개를 돌릴 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 사이로 그의 등 쪽을 거의 덮고 있는 용 모양을 닮은 금빛 반점이 희미하게 보였다.
강가을은 그의 몸에서 금빛이 난다고 했다.
그는 그 금빛이 그의 몸에 있는 반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검은 눈동자는 희미한 냉기를 거두고 욕실을 나와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옷깃을 주름 하나 없이 잡아당기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갔다.
방 안, 책상 위에 서류 한 장이 놓여있었다.
그것은 그가 사람을 시켜 조사한 자료였는데 손바닥에 있는 복숭아나무 각인에 관한 자료였다.
각인이 도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수현은 조사하기 훨씬 쉬워졌다.
자료에는 고서적 인쇄 페이지가 있었다.
첨부 사진은 그의 손바닥에 있는 것과 같은 오래된 그림이었는데 아래에는 간단한 주석만 있었다.
[복숭아나무 각인, 천 년 된 복숭아 꽃술을 먹으로 한다. 각인을 지닌 쌍방은 오늘날 운명이 이어진 사람들이다.]
장난스러워 보이는 주석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카피 된 책에서 고의로 사람을 속이려고 적은 멘트인줄 알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수현도 그런 주석을 보고 웃어넘겼을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 뜻밖에서 강가을 왼손 손바닥에 자신과 같은 복숭아나무 각인을 보니 이수현은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복숭아나무 가지는 이곳에 두고 손에는 흔적을 남겼나 싶었다.
이수현에게 강가을이 미래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여덟 살밖에 안 되는 강가을의 나이를 생각하니 이수현은 눈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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