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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장

두 사람의 내기는 강우진 외에 다들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심지어 강우석 본인조차도 내기를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 저녁이 되자 강우성은 방으로 돌아와 샤워했다. 강씨 가문의 안방마다 별도의 욕실이 따로 있었기에 강우석도 자신만의 욕실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샤워하고 있던 강우석은 머리를 감고 있었는데 갑자기 물이 멈췄다. 그는 거품을 머리에 이고 눈을 뜨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샤워기의 스위치를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집사님! 왜 방에 물이 안 나오는 거죠?” 그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으나 바깥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강우석은 방문이 닫혀 있어서 들리지 않는 줄 알고 다시 소리를 높여 외쳤다. “집사님! 아줌마! 방에 물이 안 나온다니까요? 얼른 사람 불러와요.” 아래층에서도 충분히 들릴 정도로 크게 외쳤으나 평소와 달리 정적만 맴돌았다. 밖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건 둘째라 치고 지금 이 순간 강우석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방안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심지어 가끔 들려오는 매미의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순간 강가을이 말했던 ‘오늘 밤’이 머릿속을 스쳤다. 평소 스산한 걸 즐겼던 강가을의 모습이 떠오르자 강우석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고 동시에 온몸의 털이 송두리째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타올로 몸 아래만 두르고선 머리에 거품을 잔뜩 묻인 채 재빨리 욕실을 빠져나와 방문을 덜컥 열었다. “엄마! 집사님!” 강우석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는 소리 지르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문을 연 순간 바깥세상의 소리가 들렸고 강우석의 겁에 질린 고함소리도 별장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옆방에 있던 강우진이 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나왔다. “왜? 뭔데?” 그러고선 고개를 돌린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내 눈!” 충격에 휩싸인 그의 목소리와 함께 마침 강기성이 김영애와 현숙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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