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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장

그는 상대를 힐끗 관찰하고는 시름을 놓았다. 그와는 상대도 안 될 인물이었다. 게다가 지나간 연인은 남보다도 못한 사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성호영의 변화는 심가은에게도 놀라웠다. 과거에 성호영의 외모에 반해서 그를 꼬셨었는데 이렇게 아저씨가 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심가은은 성호영이 오면 그를 이용해서 허유정 부부를 자극할 생각이었는데 성호영 상태를 보고 포기하기로 했다. 김정호의 외모와 모델 뺨치는 몸매,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만 봐도 성호영과는 비교가 안 되는 인물이었다. 허유정이 눈이 먼 게 아닌 이상은 절대 성호영에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유정아.” 안으로 들어온 성호영은 허유정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난 옛 여자친구가 이렇게 예쁜 미인이 되어 있을 줄은 몰랐던 그였다. 김정호는 손을 뻗어 허유정의 허리를 감싸며 친근하게 물었다. “여보, 저 사람도 동창이에요? 아무리 봐도 나이대가 안 맞는데?” 임효진은 듣고 있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양예은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허유정의 남편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과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 약 올리는 재주가 있었을 줄이야! 같은 학교를 졸업했기에 이 자리에 모인 동창들 대부분이 20대 중반이었다. 그런데 살이 좀 쪘다는 이유로 김정호에게 아저씨 취급을 받으니 수치심이 들었다. 허유정을 봤을 때 지었던 성호영의 반가운 표정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김정호를 보자마자 굳어버렸다. 게다가 상대에게 아저씨라는 소리까지 들으니 수치심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허유정에게 물었다. “유정이 너 결혼했어? 언제?” “얼마전에 결혼했고 아직 결혼식은 안 올렸어요. 곧 올릴 예정이고 그때 가서 다 같이 초대하죠.” 김정호는 아내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고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목소리마저 좋다며 속으로 감탄했다. 허유정도 고개를 들고 남편에게 시선을 주었다. 김정호는 알아갈수록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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