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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장

그는 허유정의 귓가에 대고 작게 말했다. “이따가 가져오면 놀라지 말아요. 명품 브랜드를 모방한 짝퉁이에요. 하지만 정말 진짜 같게 잘 만들었어요.” 그는 허유정이 보석에 대해 모른다고 속단하고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한미숙은 멀리서 서로 귓속말을 하는 부부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허유정은 남편의 거짓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믿었다. 집사 아저씨가 원피스와 액세서리 세트, 그리고 하이힐까지 가져왔을 때, 그녀는 물건을 확인하고 아무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남편에게 1000만 원을 입금했다. 김정호는 순간 당황해서 온갖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보석의 가치를 알아본 것일까? 그래서 이렇게 많은 돈을 입금한 걸까? 하지만 액세서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내가 보석의 가치를 알아봤다는 게 미심쩍었다. 김정호는 저도 모르게 불안감이 찾아왔다. 그의 조마조마했던 마음은 저녁에 동창회 장소로 향하는 길에 그녀에게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허유정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정 씨, 사실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공사장은 직원 무료 숙식제공이라는 대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난 기숙사를 사용하지 않으니 그 대신 보너스를 더 받았어요. 평소에 돈을 쓸 일도 없으니 나한테 그렇게 많은 돈을 주지 않아도 돼요.” 김정호는 그녀가 보낸 돈을 받지 않았다. 가치가 몇백만 원이나 하는 김소영의 원피스와 구두를 신었기에 오늘의 운전은 김정호에게 맡겼다. 허유정은 고개를 돌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김정호를 바라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사실 우리 외삼촌 집이 좀 부유해요. 우리 집보다는 더 잘산다고 봐요. 외삼촌은 보석 가게를 운영하시는데 평소에 가치 있는 보석을 감정하는 걸 좋아해요. 난 어릴 때부터 외삼촌 집에 놀러다니면서 보석 감정을 어깨너머로 배웠어요. 예전에 방학 때면 외삼촌 가게에 가서 아르바이트도 했고요.” “외삼촌은 그래서 나를 무척 예뻐하셨어요. 외삼촌 따라다니면서 나도 많이 배웠고요. 정호 씨가 선물한 그 액세서리 짝퉁 아니잖아요. 반지 하나만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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