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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잠깐 멈칫하더니 허유정이 걸어와 김정호한테 옷을 건네며 말했다. "몸매가 좋은 건 알겠지만 에어컨 온도가 낮으니까 그냥 입으세요, 감기 오면 제가 힘들어지잖아요." '엄마가 내가 일부러 에어컨 온도를 낮춰서 사위를 감기 들리게 했다고 생각할 거야.' 김정호는 옷을 들고 잠깐 멈칫하더니 설명했다. "저 평소 웃옷 안 입고 자요." 허유정은 말문이 막혔다. '다 벗고 자는 게 아니라 다행이네.' 김정호는 와이프가 자신이 야한 남자라고 생각할까 봐 그래도 옷을 입었다. 허유정이 자기한테 옷을 가져다주었을 때부터 그는 오늘 밤 그녀가 진짜 부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다. '뭐, 급하지도 않으니까.' 낯선 사람에서 부부가 된 거였고 초고속 결혼이 너무 빨랐었다. "정호 씨." 허유정은 침대의 끝에 앉자 김정호한테 말했다. "서로 아직 잘 모르니까 잠깐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어때요?" 김정호가 그녀와 눈을 맞추고 있었는데 안경을 쓰고 있는 그녀가 학자처럼 보여서 웃으면서 말했다. "유정 씨, 걱정 마세요, 절대 유정 씨가 하기 싫다는 일 하지 않을게요, 준비가 아직 안 됐다고 하니 기다릴게요." "이해해 줘서 감사해요." 허유정은 감격해서 말했다. "괜찮아요, 저희는 부부잖아요." 그는 일어서 침대에서 내리면서 허유정한테 말했다. "유정 씨가 아이들이랑 같이 침대에서 자요, 제가 소파에서 잘게요." "안 그러면 정호 씨가 아이들이랑 침대에서 자세요, 제가 소파에서 잘게요." 아까 그녀가 소파에서 자도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 그의 반응으로 보아 그가 소파에서 자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가 처음 왔으니 와이프가 돼서 잘해줘야 하는 게 응당한 거였다. 가려던 김정호는 그녀의 말을 듣고 멈춰서 머리를 돌려 그녀의 볼을 꼬집고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남자잖아요." 허유정은 더 뭐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가 떠나자 그녀는 그가 만진 얼굴을 만지며 혼자 중얼거렸는데 뭐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엄마가 가져온 베개와 이불을 김정호한테 주었다. "잘 자요." "잘 자요." 두 사람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꿈나라로 향했다. 소파에 누운 김정호는 잠이 오지 않았지만 허유정한테 방해될까 봐 뒤척이지 않았다. 허유정은 낮에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지 아주 빨리 잠에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정호가 일어나 소파에 앉자 침대를 쳐다보니 와이프와 자식들이 잘 자고 있었고 소파에서 자는 게 익숙지 않았던 김정호만 잠에 들 수 없었다. 잠깐 앉아 있던 김정호는 베개와 이불을 들고 두 아이를 옆으로 밀고는 자리를 잡아 아들 옆에 누워, 아들한테 이불을 덮어주고 서야 잠에 들었다. 그렇게 무사한 밤이 지났고 이튿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허유정이 깨어났다. 오늘 과일 도매상한테 천근이 되는 리치를 주워야 하기에 얼른 과수원에 도와주러 가야 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고는 일어나 옷을 가지고, 잠옷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가 재빨리 씻고 다시 나와 침대로 돌아와, 머릿장 위에 있던 안경을 썼다. 아직 시선이 흐릿한 그녀는 안경을 쓰자 눈앞이 환해졌는데 바로 검은 눈동자의 남자와 마주쳤다. 허유정은 깜짝 놀랐다. '저 사람 누구야? 왜 내 방에 있고 내 침대에 앉아 있는 건데?' 김정호는 침대에 앉아 억지 미소를 지으며 와이프한테 인사했다. "유정 씨, 좋은 아침입니다." 허유정은 눈을 깜빡이고 또 깜빡이더니 드디어 어젯밤 일이 생각나서 민망해하며 웃었다. "정호 씨, 좋은 아침이네요, 제가 우리가 결혼한 걸 까먹어서 정호 씨가 침대에 있는데 누구인지 생각했잖아요." 김정호는 그녀가 자신을 잊은 데 관해 이미 면역력이 생겼다. '이건 초고속 결혼 후유증이야.' '생활에 갑자기 낯선 사람이 생겼으니 당연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 "제가 시끄럽게 해서 깨난 거예요?" "아니요, 제가 매일 이때 일어나요." 허유정은 알겠다고 했는데 순간 그녀가 화장실에 옷 갈아입으러 들어가지 않았고 방에서 갈아입은 게 생각났다. '그때 일어난 거야? 혹시 내가 옷 갈아입은 거 본 거 아니야?'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남편이 자기가 아무렇지 않게 옷을 갈아입은 걸 봤다고 해도, 허유정이 멍청하게 김정호한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러면 두 사람이 다 어색해 지기 때문에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저 먼저 과수원 가볼게요, 오늘 과일 도매상한테 천근이 되는 리치를 보내야 해요." "엄마가 아침 할 겁니다, 조금 이따 아이들이랑 아침 먹으러 가면 돼요." "이렇게 빨리 과수원에 과일 따러 가요?" "네." 허유정은 느릿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두 아이의 볼에 뽀뽀하고는 바로 떠났다. 김정호는 두 아이한테 뽀뽀하는 걸 보면서, 그녀가 떠나자 자기 얼굴을 만지며 혼자 중얼거렸다. "왜 나한테는 안 해주는 거야? 내가 못생겼나?" 허유정은 남편이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몰랐다. 그녀가 계단을 내려갈 때, 엄마가 이미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발걸음 소리를 듣자 엄마가 주방에서 나왔다. "유정아, 오늘도 리치 따야 해?" "응, 엄마, 나 먼저 과수원에 갈게." "아침 먹고 가지 그래?" "일 다 보고 와서 먹을게." 허유정은 말하면서 갔고 허유정 엄마가 따라 나왔지만 그녀가 픽업트럭을 운전하고 가는 거였다. "결혼한 이튿날부터 과수원에 가다니, 아주 마음이 과수원에 붙었네." 허유정 엄마는 말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허유정은 세 자식 중에서 제일 훌륭한 아이였는데 그 일 때문에 시골로 돌아와 과수원을 청부 맡고 과일 공급업체를 하고 있었다.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매일 과수원에 있었고 과일이 성숙되는 시기면 아주 바빴고, 과일을 수확하지 않을 때도 계속 과수원에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더 재촉하는 거였다. 더 재촉하지 않으면 허유정이 평생 결혼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허유정 엄마는 딸이 떠나가는 방향을 한참을 쳐다보고서야 시선을 거두고 돌아서 가는데 몇 걸음 안 가서 사위를 보게 되었다. "정호야, 너 일어났네, 아직 일찍 한 데 더 자지 그래?" 허유정 엄마는 김정호가 아주 마음에 들었기에 그와 마주할 때는 항상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서 허유정이 엄마한테 사위가 생겼다고 딸을 버렸다고 했다. "제가 일찍 일어나 아침 조깅을 하는 습관이 있어서요." 허유정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그 습관이 아주 좋네, 조깅 좋지, 그럼 먼저 조깅하러 가, 난 아침 준비하러 갈게." "네." 허유정 엄마는 집으로 들어갔고 김정호는 허유정 집 앞 그 도로에서 30분간 조깅을 하고는 허씨 저택으로 아침을 먹으러 돌아왔다. 그러고는 두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낼 준비를 했다. 그렇게 평범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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