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장
한참 후, 김정호가 물었다.
“유정 씨, 만약 내가 억만장자라고 하면 믿을 건가요? 임효진 씨가 말한 것처럼 갑자기 소설 속 주인공이 되었다면 어떻게 생각해요?”
허유정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내가 맞선 자리에 나가는 날 안경을 착용하진 않았지만 그때 정호 씨가 공사장 작업복 입고 나왔던 건 기억하고 있어요. 안전모까지 쓰고 나왔잖아요.”
“억만장자가 공사장에 왜 가요? 소설 속 재벌 대표님은 좋은 차 타고 다니는데 정호 씨는 차도 없잖아요. 집도 월세고. 내가 정호 씨 자존심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현실을 인정해야죠.”
김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안심이네요. 임효진 씨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유정 씨가 나 거지라고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경제 사정을 문제삼을 거면 결혼도 안 헀죠. 정호 씨, 이 원피스 정말 시누한테 안 돌려줘도 돼요? 심간은 말을 들어보니까 몇백만 원은 하는 것 같던데요?”
허유정은 고개를 숙이고 원피스를 뜯어보며 혹시 어디 더러워지진 않았는지 세세히 살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소영이는 옷이 정말 많아서 자기한테 그런 옷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할 거에요. 아마 옷장에 자리 났다고 새 옷 살 수 있다고 좋아할걸요?”
허유정이 물었다.
“혹시 사촌동생이 무슨 일 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억대 연봉 받는 대기업 고위 관리자예요.”
허유정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수입이고 솔로라면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일하는 현장은 대연그룹이 투자한 사업인데 그것도 소영이가 소개해 줘서 들어갔어요.”
허유정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촌 시누가 참 대단하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 사건만 아니었다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라 가족들은 자고 있었다.
부부는 조심스럽게 소리를 죽여가며 안으로 들어갔다.
두 아이는 한미숙의 품에서 달게 잠들었고 한미숙은 애들이 깊게 잠든 뒤에야 방을 비웠다.
방으로 돌아와 자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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