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장

아주 좋아! 내가 또 진교은을 괴롭힌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왜 아까는 진교은한테 명분을 주지 않았던 걸까? 내가 머리가 둔한가? 왜 이딴 남자들의 속셈마저 알아챌 수가 없는 거지? 진교은은 간단하게 나하고 잔을 치고는 목구빈한테로 걸어갔다. 어느 남자나 들었으면 간드러질 것만 같은 말투로 그녀는 입을 열었다. 이게 바로 진교은의 능력이다. 뻔뻔하지만 상대의 약점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구빈 대표님, 오래전부터 사모해 왔어요. 소문으로만 듣던 분의 실물을 보고 나니 더 잘생기고 기품이 흘러넘치시네요.” 목구빈은 담담하게 답을 했다. 진교은은 또다시 말을 이었다. “목구빈 대표님, 어린 나이에 이렇게나 성공하시고 전 유상미 씨가 부러워요... 매번 찾는 남자들마다 이런 유형이네요.” 그 말에 나는 사레가 드릴 뻔했다. 내 눈가에도 혐오가 스쳤다. 또야! 진교은이 말하는 의미는 내가 돈밖에 모르고 남자 하나만 만난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노골적으로 사람을 비꼬는 말들을 웬만한 사람들은 알아차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열여덟 살의 기억을 갖고 있는 지금 솔직히 전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남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그녀의 수법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었다. 다만 이런 장소에는 통하지 않는다. 목구빈은 무뚝뚝한 태도로 답했다. “어머? 진교은 씨는 상미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봐요? 친구세요?” 진교은은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유상미 씨가 남자를 고르는 취향은 제가 잘 아니까...” 목구빈은 싸늘하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진교은 씨가 우리 상미 친구도 아니면서 상미가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 건지 어떻게 잘 아는 거죠?” 얼굴에 웃음이 굳어버린 진교은은 어색하게 해명을 했다. “전... 전 그냥 옆에서 지켜본 봐로는.... 전에 하준이한테 그렇게 푹 빠져 있다가 지금은 또 능력 있는 목구빈 대표님한테...” 목구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시구나. 그럼 진교은 씨는 설마 육하준 대표님을 사모하고 있어요? 뭐 보다시피 육하준 대표님도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