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등 뒤에서는 갑자기 누군가가 우유 한 상자를 건네고 있었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안 마셔. 귀찮아.”
한참이 흘러 따뜻한 수건이 건네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받아 들고는 이마에 덮었다.
따뜻한 증기가 팽팽했던 신경을 풀어주고 나서야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소희야, 고마워.”
나는 감개무량해졌다.
“네가 내 옆에 없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거야. 앞으로 널 내 가족으로 대할 거라고 오늘부터 맹세해! 그때는 내가 얼마나 미쳐 있었길래 그런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건지 이해가 안 돼!”
“기억을 잃은 걸 보며 하느님도 더는 봐주기 힘들어서 기회를 준 거 아닐까?”
내 목소리는 점점 더 가라앉았다.
“어쩌면 하느님이 너더러 새로운 인생을 살라는 걸 수도 있지.”
청량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더니 목에서 삐걱하는 소리가 들렸다.
삐었다...
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수건을 내려놓고는 뒤에 있는 목구빈을 돌아보았다.
“언... 언제부터 와 있었어?”
목구빈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한숨을 쉴 때부터?”
나는 얼굴이 김에 서린 듯 삽시에 빨개졌다.
그는 이상함을 감지한 듯했다.
“너 목이 왜 이래?”
나는 난감해졌다.
“방금 삐었어.”
목구빈은 살짝 멍해 있다 이내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손을 뻗어 가볍게 내 어깨를 주물러 주었고 시큼한 통증으로 인해 나는 끙끙거렸다.
“여기야?”
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참아. 힘이 들어갈 거야.”
그는 내 어깨에 올려놓은 손에 힘을 주었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아플 거긴 한데 참아.”
목이 뻣뻣해 움직이기만 해도 아팠던 나는 고개를 끄덕일 겨를도 없었고 그가 서서히 힘을 들이자 시큰거리는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아... 흠... 아파....”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한참이 흘러 내 목소리가 이상야릇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필사적으로 이를 꽉 깨물고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뒤에서 목구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 풀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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