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목구빈은 메뉴를 나한테 건넸다.
“먹고 싶은 거 있는지 봐봐.”
나는 프랑스어로 적혀 있는 메뉴판을 보며 난감해졌다.
“뭐가 적혀 있는지 몰라.”
“영문도 있어요.”
식당 지배인은 요술을 부리며 영문 메뉴판을 꺼냈다.
그 메뉴판은 겨우 알아볼 수가 있었다.
목구빈은 내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걸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나도 알아보지 못하겠어?”
나는 쑥스러워졌다.
“머릿속에... 고등학교 때 외웠던 영어 단어밖에 없어.”
풀이 잔뜩 죽어버렸다.
7년 동안의 기억을 상실한 탓에 대학교 때 배웠던 지식들도 함께 잊어버렸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머리가 텅 비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구빈은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
“내가 소홀했었네.”
말하던 사이 한 커플이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을 발견하고 난 나는 화들짝 놀라 메뉴판으로 얼굴을 가렸다.
같은 시각 나를 발견한 그들은 잠시 멍해 있다 발걸음을 멈추었다.
메뉴와 와인을 연구하고 있던 목구빈은 내가 메뉴판으로 고개를 푹 숙인 걸 보고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모양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 두 사람을 확인하고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곧이어 그 사람들이 우리 앞으로 걸어왔다.
육하준이 손을 내밀었다.
“목구빈 대표님, 반갑네요.”
목구빈도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러게요. 육하준 대표님.”
그는 육하준 옆에서 짙은 남색 롱드레스를 입고 있는 진교은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교은은 다소 아부하듯 손을 내밀었다.
“목구빈 대표님, 존함은 전해 들었었어요. 오늘 이렇게 뵐 줄은 몰랐네요. 정식으로 소개하죠. 저는 진교은이라고 합니다. 제 스승님은 버클리 음악대학의 델 교수이고요. 최근 콘서트홀에서 개인 연주회를 열 거예요.”
두 사람은 손을 내밀었으나 목구빈은 악수할 뜻이 없어 보였다.
그는 되레 고개를 돌려 식당 지배인한테 말을 건넸다.
“방금 주문한 라피트를 와인으로 바꿔주세요.”
그는 나를 바라보며 자상하게 얘기해 주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