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장

“나야.” 온화한 목소리를 듣고 나니 안심이 된다. 침대 옆 램프가 켜지고 흐릿하고 부드러운 불빛이 그 사람의 얼굴을 비추었다. 목구빈이다. 나는 멍한 얼굴로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목구빈은 묵묵히 일어나 따뜻한 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악몽을 꾼 건지 계속 울고 있더라고.” 내가 물었다. “내가 뭐라고 했어?” 목구빈은 지그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를 부르던데.” 나는 마음이 찡해졌다. 역시나 꿈이었네. 목구빈이 내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한참이 지나 내가 물었다. “구빈 오빠, 가족들하고 연을 끊었다는 거 진작에 알고 있었던 거지?” 목구빈은 동작을 멈추더니 잠시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왜 그 누구도 나한테 알려주지 않은 거야.” 목구빈은 담담했다. “알려줘도 의미 없잖아. 우린 앞을 봐야지.” 나는 얼굴을 가렸다. “이제 다시는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됐어.” 메마른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고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목구빈은 내 머리를 쓰담거렸다. “울지 마. 일어나서 저녁 먹자.” 나는 안 먹는다고는 했지만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었다. 방안은 하도 조용해 그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렸다. 목구빈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반강제로 그한테 이끌렸다.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거실하고 주방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 목구빈은 양복 외투를 벗으며 말을 건넸다. “앉아 있어. 주방에 뭐 먹을 거 있나 보고 올게.” 나는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부엌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자 겨우 정신이 돌아온 나는 냄새가 나는 쪽으로 향해 걸어가 보았다. 목구빈은 국수를 삶는 중이었다. 나는 다급히 달려갔다. “오빠, 왜 오빠가 만들고 있어? 내가 할게.” 목구빈은 가느다란 손으로 나를 제지했다. “가서 기다리고 있어. 몇 분이면 돼.” 키가 작은 아담한 나를 그는 조금씩 부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