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장

한 쌍의 비취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익숙해 보이기는 한데 누구의 것인지 생각이 안 나고 있었다. 그러나 나한테 중요한 물건이라는 정도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육하준은 어리둥절한 나를 보며 노랗게 질린 사진을 꺼내 들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족사진이다! 하늘나라로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니, 어머니 그리고 큰오빠의 가족사진까지... 사진 속 나는 분홍색 치마를 입고 있었고 나이는 대략 열 살 정도였다. 한복판에 앉은 할머니는 저고리 차림으로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할머니는 마치 사진을 통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조용히 앉아 계셨다. 머릿속이 쾅 하는 울부짖음과 함께 잊어버렸던 기억 조각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할머니!” 나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육하준은 나를 차갑게 내려다보았고 나는 비취 팔찌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맞네! 이 팔찌는 할머니가 생전에 나한테 선물한 것이었다. 나는 목소리가 떨렸다. “돌려줘.” 육하준은 썩소를 짓더니 노란빛을 띤 사진 위를 살짝 찢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찢지 마! 할머니가 남기고 간 유일한 사진이야!” 나는 달려들어 빼앗았지만 육하준은 사진하고 팔찌를 머리 높이 들어버렸다. 몇 번이고 뛰어올라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온 얼굴에 땀투성이 되어버린 나를 육하준은 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철저히 인내심을 잃어버렸다. “돌려줘. 제발 돌려주면 안 돼?” 육하준의 냉기는 얼음장과도 같았다. “그럼 여길 떠나지 않을 거야?”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육하준이 언성을 높였다. “갈 거야? 말 거야? 갈 거면 이 사진 찢어버릴 거야!”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진을 찢어버렸고 그렇게 사진은 두 동강이 났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어 사진을 살폈다. 육하준은 못되다! 어쩜 찢어도 중간을 찢은 건지! 할머니의 온전한 얼굴이 없어졌다. 더는 참을 수가 없는 나는 통곡을 했다. “내 사진 돌려줘! 할머니가 남긴 마지막 사진이란 말이야! 나한테 더는 할머니 사진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