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원래 그녀는 자신의 미모와 지혜로 이천후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붉은 치마 아래 이천후가 엎드려 일하게 해달라고 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천후는 설산처럼 차갑고 하늘의 신처럼 위엄 있었다. 기만해서도 모욕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 왕하중과 노미연은 별장 옆에서 무려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 별장으로 들어가는 차들이 보였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형 트럭과 살수차 몇 대가 있었다. 잠시 후 차들이 다시 별장을 빠져나왔다. 공기 중에 옅은 피비린내가 풍기는 것만 같았다. 한민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 왕하중은 궁금해졌다. 그는 친구들에게 전화해 알아보려 했지만,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 계엄이 풀릴 때까지 기다린 후에 왕하중이 겨우 다가갔지만, 문 앞은 여전히 검은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당연히 한아연 사람이다. 왕하중은 자신이 온 이유에 대해 말했고, 두 사람은 그래도 그 말은 무시하지 않았다. 두 사람도 아가씨가 최근 은설 제약과 합작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은설 제약 대표와 관련된 일이니 당연히 상부에 보고해야 했다. 곧 왕하중은 별장에 들어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때 별장은 이미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고, 곳곳에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가 원래 있던 피비린내를 가렸다. 왕하중은 이상했다, 설마 별장에 전염병이라도 퍼졌던 건가? 더 이상한 건 문을 지키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별장 안에 아무도 없었다. “임은설, 임은설.” 왕하중은 별장에 들어가 큰소리로 불렀다. 옷장에 숨어 있던 임은설은 이천후와 한아연이 가고 난 후 다시 한참을 기다렸다가 별장이 완전히 조용해졌을 때 조심스럽게 옷장에서 빠져나왔다. 그때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왕하중 목소리인 거 같아서 서둘러 뛰어나갔다. “하중 씨, 나 2층에 있어.” 몇 분 후, 두 사람은 별장에서 걸어 나왔고 문 앞에 있던 남자들은 그들은 막지 않았다. 임은설은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