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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이천후가 썼다고? 왕하중이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유명한 적진 선생이 이천후? “그 멍청이가 쓴 글씨가 그렇게나 비싸다고요? 왕 사장님,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유미옥이 말했다. “잘못 볼 리가 없어요. 이 필치와 이 기개, 이 느낌... 틀림없는 적진 선생의 글씨입니다. 여기 낙관까지 있잖아요.” 왕하중도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이천후는 그렇게나 젊은데, 어떻게 적진 선생일 수가 있지? “정말 이천후가 쓴 것이 틀림없나요?” 그는 임은설을 바라보며 물었다. 임은설은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문득 방금 이천후가 가짜 계약서로 그녀를 속이려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 글씨도 어쩌면 가짜일지 모른다. “글쎄요. 그 사람이 자기가 썼다고 말했지만, 진짠지 가짠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럼, 진짜지. 그 녀석이 글씨는 정말 잘 썼잖아.” 임청원이 몸을 일으켰다. 유미옥도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었다. 그렇게 갑자기 이천후를 쫓아낸 것이 좀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 녀석을 집에 앉혀놓고, 글씨를 쓰게 했다면, 한 글자에 2000만 원만 받아도, 천 글자면... 200억! “안 되겠다. 가서 데려와야지.” 유미옥은 글씨를 만지며, 임수명에게 눈짓을 했다. 눈치 빠른 임수명이 몸을 일으켜 유미옥을 따라 이천후를 찾으러 나갔다. 임청원은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짓이겨 끈 다음, 급히 이천후의 방으로 달려가 그가 보물을 남기지는 않았는지 뒤지기 시작했다. “뭐해, 빨리 찾아. 한 글자에 2억이라고!” 초조한 임청원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임청원의 말을 들은 왕하중도 몸을 움직여 함께 이천후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반면 임은설은 난감한 표정을 한 채 제자리에 서있었다. 이천후를 쫓아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온 가족이 초조하게 그의 글씨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너무나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이천후는 딸의 옷을 짊어지고 옛집으로 향했다. 그는 임은설이 그에게 이혼을 요구한 것이 서운했지만, 원한이 쌓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임씨 일가가 자기 딸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생각하면 원한이 사무쳤다. 임은설이 임신한 아이는 임은설의 딸이었고, 또한 그의 딸이었다. 그들이 무슨 권리로 내 딸의 생사를 결정한단 말인가? 3개월이다. 3개월이나 되었다. 이미 작은 생명으로 자랐고, 심장이 뛰었고, 작은 몸이 생겼고, 흐릿할지언정 생각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그냥 없어졌다고? 이천후의 마음속 증오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임씨 일가는 모두 살인자들이다.” 이천후는 그들이 한 이 어리석은 결정에 대해 평생 후회하도록 반드시 복수하리라 다짐했다. 그의 불쌍한 딸을 위해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사실 이 3년 동안 이천후는 보통사람이 될 생각밖에 없었다. 그 결과 자신의 딸도 지키지 못한 멍청이만 남았다. “이렇게 된 이상, 원래의 나로 돌아가야겠다. 3년을 조용히 살았으니, 다들 이용주를 잊어버렸겠지?” 이천후는 뱀과 참새가 새겨진 가슴의 펜던트를 움켜쥐었다. 이 펜던트를 부수면, 그가 스스로 봉했던 용인이 풀어지고, 온 세상이 떠받들던 이전의 이용주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천후는 마지막 결정을 하지 못했다. 그는 내공을 모두 잃었고, 체내의 상처도 아직 낫지 않았다. 봉했던 용인이 풀린다 해도 수련이 불가능하다. 보통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야 쉽겠지만, 무림 고수라도 만나게 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한참 후 이천후는 긴 한숨을 내쉬며 쥐고 있던 펜던트를 천천히 놓았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한수산이 걸어온 전화였다. 그는 강남 한씨 가문의 가주이자, 이천후의 오래된 친구다. 용진 그룹의 계약서도 그가 준 것이다. “친구, 이혼했다며? 축하하네. 내가 축포를 준비 중이야.” 한수산은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듯 신나 있었다. “한 회장” 이천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소식도 빠르군. “내 손녀 아연이가 마침 운해에 있는데. 자네 한번 만나 볼 텐가? 내 손녀지만, 정말 꽃보다 예쁘고, 백조보다 우아하다네. 다들 금령 최고의 미녀라고들 하지. 비즈니스계의 여왕인데다, 키 170에...” 이천후는 한수산의 말을 잘랐다. “한 회장, 할 말 있으면 빨리해. 내가 지금 기분이 별로야.” 한수산이 헤헤 웃었다. “그래, 자네한테 기쁜 소식을 하나 알려주지. 내가 말이야, 500년 된 혈영지를 찾았어. 이 보물 자네한테 필요한 거 맞지?” 이천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오백 년 된 혈영지라면 그의 내상을 치료하는데 충분하다. “내가 바로 금령으로 가겠네.” 이천후가 즉시 말했다. “아니, 아니. 서두르지 말게. 이 혈영지를 찾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아나? 나도 먹고 싶은 건데, 이렇게 쉽게 자네한테 줄 수는 없지.” 한수산이 오만하게 말했다. “내가 뭘 하면 되는데?” 한수산은 이윤이 남지 않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 인간이다. 한수산의 목소리가 조금 무거워졌다. “운해에서 문제가 좀 생겼어. 다른 사람은 안 되고, 자네만 해결할 수 있네. 꽃같이 예쁜 내 손녀가 자네를 찾아갈 거야. 자네가 문제를 해결하면 내가 혈영지를 주지.” “좋아. 계약 체결이네.” 이천후는 바로 대답했다. 혈영지는 그의 내상을 치료할 수 있다. 내상을 치료하고 나면, 봉한 용인을 풀고, 다시 수련을 할 수 있다. 딸을 위해 복수를 하려면 실력을 갖춰야 한다. 전화를 끊은 이천후의 눈빛은 비할 수 없이 결연했고, 걸음도 훨씬 빨라졌다. 그가 막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했을 때, 롤스로이스 한 대가 그의 앞에 멈춰섰다. 자동차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눈처럼 희고 긴 다리가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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