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7장

연민정은 이제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희미한 희망이 남아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이천후가 타고 있는 마차로 향했다. 그러나 마차는 너무나도 고요했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연민정의 눈에는 실망의 빛이 어렸다. 그녀는 이천후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강자가 혹시 그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마차는 조용하기만 했고 진원의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그가 맞다면 왜 마차에서 나오지 않는 걸까? ‘역시 내가 너무 과한 기대를 한 거였나 봐.’ 그 사이 한용수는 손에 하얀빛을 띠며 신성한 기운을 발산하는 커다란 연꽃 한 송이를 꺼내어 손에 들고 있었다. 그 연꽃은 맑고 순백했으며 그 자체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마음을 사로잡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였다. 이천후는 마차의 커튼 틈으로 그 연꽃을 힐끗 보았고 그것이 틀림없이 탁세정연화라는 것을 확신했다. 연꽃 표면에 흐르는 도의 기운은 그것이 거짓일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은인님, 부디 저 보물에 현혹되지 마시고 원영이를 구하겠다는 약속을 잊지 말아 주세요.” 소지한의 목소리가 조용히 마차 안으로 들려왔다. “지한 씨, 날 뭘로 보는 거예요?” 이천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소지한은 참 재미있는 녀석이었다. “대사님, 이 보물을 받으시고 저와 연씨 가문의 원한에는 관여하지 말아 주시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용수의 자신감에 찬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는 충분히 확신하고 있었다. 비록 상대가 현령경의 고수라 할지라도 이 정연화 앞에서는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모두가 절망에 빠진 눈빛이었다. 설령 그 강자가 처음에는 도와줄 생각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런 보물 앞에서는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언니?” 평소 자부심 넘치던 연유리조차도 이 상황에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쩔 수 없어. 한용수의 수는 너무 컸어. 사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