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아버지의 전화인 것을 보고 문유현은 황급히 통화버튼을 눌렀다. "아빠." "문유현." 전화기 너머로 문성권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집에 돌아와. 중요한 가족회의를 열 거야." "저기, 아빠, 제가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 중요한 일이에요." 솔직히 문유현은 가족회의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문성권은 정색해서 호통쳤다. "이번 회의는 매우 중요해. 성남시의 세력을 다시 나누려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문유현은 어리둥절했다. 백 년이 넘도록 3대 가문이 성남시를 지배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빠, 어떻게 된 일이에요?" 문유현이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문성권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젯밤, 누군가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힘으로 상관재덕을 물리쳤어. 그래서 상관 가문과 우리 가문 모두 이 사람에게 충성을 선언했다. 오늘 밤 온 가족들에게 앞으로 이 사람을 만나면 멀찌감치 물러서라고 통보해야 해." "뭐라고요?" 문유현의 핸드폰이 땅에 떨어질 뻔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이보현을 쳐다보았다. "설마 이 자식의 말이 다 사실이고, 그가 바로 그 사람이란 말인가?" 문유현의 놀란 눈빛을 바라보던 이보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강수진을 소파로 끌어당겨 앉히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문유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빠, 정말이에요? 그 사람 이름이 뭐예요?" "이보현이래, 이 사람의 실력은 이미 신선에 가까울 지경이야. 우리는 전혀 상대가 안 돼. 상관재덕이 죽을 뻔했으니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해 봐." 이 말을 들은 문유현의 마음속에 거센 파도가 일었다. 그들 문씨 가문과 정씨 가문을 짓누르고 있는 상관재덕은 가늠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그가 뜻밖에도 거의 죽을 뻔했다니, 이 이보현의 실력은 정말 끔찍할 정도인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이보현에게 눈길을 돌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이름이 뭐예요?" "성은 이 씨고 이름은 보현입니다." 이보현은 담배 연기 한 모금을 내뿜으며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