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이보현, 왜 이서를 성폭행 한 거지?"
류씨 집안의 책문에 이보현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한밤중에 술에 취해 들어온 건 이서예요, 옷차림도 엉망이였구요, 전 단지 이서를 침대에 부축한 것 뿐인데 성폭행이라니요. 그리고 다시 말해서 이서는 제 아내입니다, 부부사이에 성폭행이 웬말입니까?"
"부부사이라도 폭력적인 방식이라면 성폭행과 마찬가지야." 이보현의 장인어른 류건화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그의 장모님 왕지숙도 따라서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오늘 두 사람 반드시 이혼해야 해, 아무것도 탐낼 생각 말고 깨끗하게 나가."
이보현은 눈살을 찌푸렸고 곧 폭풍우가 휘몰아칠 것 같았다.
이때 류이서의 여동생 류예솔이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두분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전에 형부가 기꺼이 100억을 내어주지 않았더라면 평범했던 우리 집이 지금처럼 십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으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형부가 우리 집에게 어떤 도움을 줬는지 잊은 거예요?"
"그 입 당장 다물지 못해?" 이보현의 아내 류이서가 큰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100억을 준 건 인정해, 하지만 근 3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백수처럼 빈둥거렸어, 류씨 집안이 오늘같은 대기업으로 될 수 있었던 건 다 우리의 노력으로 이룬 거라고, 이 사람이랑 아무 상관없어."
류예솔이 반박하려던 순간 그녀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그만 얘기해, 예솔아. 두 사람 오늘 반드시 이혼해야 해."
류예솔은 이를 악물고 뭐라고 하고 싶었으나 결국 한숨밖에 내쉬지 못했다.
이보현은 고개를 저었다, 지난 3년 동안 류예솔을 제외한 류씨 집안 모든 사람들은 그에게 실망만 안겨주었다.
"생각해볼게요." 이 한 마디를 내뱉은 후 이보현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옷을 홀딱 벗은 후 이보현은 욕실로 들어섰고 그의 등에 문신처럼 새겨진 맹렬하고 흉악한 빨간 용머리가 드러났다.
이 용머리는 문신이 아니였다,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몸에 새겨진 모반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용머리로부터 신비한 힘을 얻었다.
그때부터 그는 이적이라는 가명으로 해외를 침투하기 시작했고, 전세계를 위협하는 어비스 용병단까지 설립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후, 그는 전쟁에 지쳤고 이미 충분한 재산을 모았기에 용병단을 해체하고 몇 명의 장군만 남겼다, 그리고 모든 재산으로 해외에 케이프 재단을 설립했다. 월스트리트의 일류 운영팀을 고용하고 전세계를 상대로 투자를 진행했고 곧 세계 일류의 재단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성남시로 돌아와 자신의 원래 신분인 이보현으로 지내다 약혼녀 류이서와 결혼하여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류씨 집안에게 100억을 건넸을 때 처음에는 정말 황홀해했고 자신을 신처럼 붙들어 모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류씨 집안 사업이 잘되면서 세력도 점점 커졌고 그에 대한 태도도 점차 차가워졌다, 그리고 오늘같이 내쫓으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찬물로 샤워를 하면서 이보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가 류씨 가문을 떠날 수 없는 게 아니라 류이서의 할아버지가 전에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이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유언은 자신더러 류씨 집안의 사위가 되어 전의 은혜를 대신 갚으라는 것이였다, 두 할아버지가 전에 맺어준 결혼이였다.
그는 할아버지의 유언대로 약속을 지켰지만 오늘날 류씨 가문에게 내쫓기는 신세로 되버렸다.
차라리 잘된 걸 수도 있다, 떠나라면 홀가분하게 떠나면 그만이였고 고민한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 감정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수련에 몰두한다면 오히려 잘된 것이 아니겠는가?
이보현은 생각을 정리한 후 욕실에서 나왔다, 옷을 입으려는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오는 류예솔과 눈이 마주쳤다.
"아악, 뭐하시는 거예요, 어서 옷 입으세요." 류예솔은 소리치며 황급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이보현은 서둘러 옷을 입었고 그의 얼굴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류예솔에게 알몸을 보이다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다 입었으니까 들어와도 돼." 이보현은 최대한 차분하게 얘기했다.
류예솔은 살짝 문을 열고 문틈사이로 이보현이 옷을 잘 입었는지 확인한 후에야 마음 놓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았고 류예솔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형부 억울한 거 알아요, 절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두 사람 이혼하지 않게 할 거니까요. 형부가 없었다면 오늘의 류씨 집안도 없었을 거예요. 사람이 받았던 은혜를 잊으면 안되죠."
"멍청아, 이런 건 강요할 수 없는 거야. 그냥 신경쓰지 마."
류씨 집안에서 오직 류예솔만이 그에게 조그마한 위로를 가져다 주었다, 오직 그녀만이 세상에 매혹되지 않았고 여전히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보기 드문 좋은 여자였다.
류예솔이 말했다: "전 꼭 참견할 거예요. 저 사람들 말에 신경쓰지 마세요. 형부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절대 이혼하지 못할 거예요. 꼭 제말대로 하세요."
"그래, 알았어." 이보현은 웃으며 말했다. "어서 출근하러 가."
류예솔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럼 전 이만 출근하러 갈게요, 꼭 제 말 기억하셔야 해요."
이보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야 류예솔은 출근하러 나섰다.
이보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배 한 대를 꺼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실에 나와보니 류이서, 그리고 장인어른 장모님 모두 거실에 있었다.
"오늘 다들 출근 안 가세요?" 이보현이 물었다.
류씨 집안은 이미 유명한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모두 바쁘게 지냈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모두 집에 있었다.
류이서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집에 손님 올거라 준비하고 있어요."
이보현은 바쁘게 움직이는 하인들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막 말하려던 순간 별장의 문이 열렸다.
"윤대표님 오셨어요, 어서 앉으세요."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열정적으로 윤대표님을 소파로 모시고 있었다.
류이서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윤대표의 곁에 앉아 다정하게 안부인사를 건넸다.
이보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 켠에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마치 이보현을 없는 사람처럼 여기며 다정하게 얘기했다. 한 켠에 앉은 이보현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조용히 지켜보았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 윤대표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이보현을 향해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쪽이 바로 이보현 씨인가요?"
이보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요?"
"저는 태성그룹 대표 윤재호라고 합니다." 윤재호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하게 말했다: "많이 들어봤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서 씨랑 결혼한지 3년이나 됐는데 이서 씨는 여전히 처녀라던데, 사실인가요?" 윤재호는 아무렇지 않게 파렴치한 질문을 던졌다.
이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한때 한창 수련에 몰두하였고 태생에 순수한 기를 아꼈어야 했기에 류이서와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한참 지나 수련을 마친 후 그에 대한 류이서의 태도는 이미 변해버렸고 이보현 역시 그녀를 강요하지 않았다. 때문에 두 사람은 여전히 명의상의 부부일뿐이였다.
이 말을 들은 윤재호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어제 이서 씨가 제게 말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믿기 어려웠는데 지금보니 사실인가 보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을 두고 어떻게 참으셨는지, 혹시 그 방면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건방진 윤재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보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하지만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어제 둘이서 술 마신 거였어요? 이서가 또 뭐라고 하던가요?"
"네, 맞아요. 어제 밤늦게까지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타이밍이 얼마나 아쉽던지요. 이렇게 좋은 사람이 당신같은 고자를 남편으로 만나다니 이서 씨도 참 팔자가 안 좋네요." 윤재호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보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미 계획을 다 세우셨나봐요. 제가 떠나기만 하면 된다 이거네요?"
"솔직히 터놓고 말하죠." 윤재호는 오만하게 입을 열었다. "저희 태성그룹 지금 시세가 몇천 억은 됩니다. 그리고 요즘 케이프 재단과도 계약을 앞두고 있죠. 저희 회사에 1조 투자하기로 약속했거든요. 저희 회사 이제 곧 세계 일류의 대기업으로 한 층 더 나아갈 거예요. 이서 씨는 제 곁에 있어야 더 행복할 겁니다. 당신이 이서 씨한테 뭘 해줄 수 있나요?"
"케이프 재단이 성남시까지 진출했나요?" 이보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재단의 운영에 대해 손을 놓은지 이미 오래 되었기에 국내에까지 들어왔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