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62화 수모를 당하다
그는 그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모든 걱정거리와 떨리는 기분을 감추었다.
그의 진짜 심정은 밖으로 티 나지 않았다.
그는 박수혁의 사람을 빼앗을 자신이 없었다.
"다른 감정은 무슨, 유주 씨와 하늘 씨가 친구니까, 특별히 신경 써달라고 한 거예요."
그의 목소리는 나른했고 느렸다.
불편한 기색을 살짝 띠며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무심하게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스태프는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요, 제가 쓸데없는 생각을 했어요. 김 대표님 때문이었군요, 다행이에요, 호영 씨도 얼른 연애해야 할 텐데, 매니저가 그러는데 호영 씨는 일상생활이 짜인 계획대로 움직이는 로봇 같다고 하던데요."
손호영은 미소를 지으며 기지개를 켜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됐어요, 결혼 한 번으로 충분해요, 이젠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워요, 흥미도 없고요."
말을 마친 손호영은 수면 안대를 찾아 눈을 가린 뒤 등을 기댔다.
스태프는 멋쩍은 듯 미소를 지으며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손호영이 남유주에게 다른 감정을 품은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 여겼다.
어쨌든 박수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인내심으로 참고 있었다.
강지민 같은 연예인도 망하게 할 수 있는 게 연예계였다. 오늘의 스타가 내일의 스타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손호영은 연예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행동에 조심해야 했다.
남유주는 병실에서 물건을 정리했다.
바깥바람을 맛본 박수혁은 병원에 더는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는 내일 당장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남유주는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 이곳에 있는 것보다 나을 거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흔쾌히 동의하고 고용인과 함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박수혁은 선글라스를 끼고 조용히 이한석이 보고하는 회사 업무를 듣고 있었다.
휴대폰을 찾기 위해 남유주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내 휴대폰 못 봤어요?"
박수혁은 휴대폰을 옷 주머니에서 꺼냈다.
"이거?"
남유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거기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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